한일학 전문가 욘센 소아스런던대 교수
‘강제노동’ 사도광산 등재 비판
역사 수정주의 정당화 목적 분석
“유네스코, 日 약속 불이행 손 놔
尹정부는 역사 왜곡 소극적 대응
日의 역사 은폐 시도 국제적 관심”
“일본은 과거 전쟁범죄에 대해 진실과 화해를 지향하기보다는 세계유산 등록을 통해 자국의 역사 수정주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아시아학·아프리카학·중동학을 특성화 학문으로 채택하고 있는 소아스(SOAS)런던대학교 니콜라이 욘센(사진) 교수는 한일학 전문가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 세미나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해 비판적이다. 욘센 교수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일본의 국제적이고 전략적인 역사 수정주의 행태”라고 단언한다.
욘센 교수는 26일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일본은 역사 수정주의를 전 세계적으로 전파하고 정당화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 배경은 초반에는 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회복이 주된 의도였지만, 식민지 역사가 부각되면서 이를 세계를 상대로 한 역사 왜곡의 수단으로도 활용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욘센 교수는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의 낡은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에 동조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일본의 명백한 역사 왜곡에 항의하지 않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받아들였다는 점은 원활한 한·일 외교 관계를 위해 피해자와 한국의 반식민 정체성을 무시하며 ‘과거를 잊는’ 자세를 취하고 있음이 분명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며 “윤 정부의 대일 역사대응은 완전한 실패”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식에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당시 일본 외무상을 초청했다. 하야시 전 외무상은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계획에 대해 항의하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한국 측의 독자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유감”이라고 반박했던 인사다. 이후 윤석열정부는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의 역사 왜곡 사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게 욘센 교수 진단이다.
욘센 교수는 유네스코 역시 일본의 역사왜곡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 시 과거사 기술 등의 약속을 반복적으로 불이행하고 있는 데도 유네스코가 별다른 제동 없이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유네스코 주요 재정 후원국이지만, 유네스코가 이러한 행위로 인해 스스로 핵심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명백해진다면 유네스코도 더 이상 일본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욘센 교수는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를 통한 과거사 희석 전략이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반박하지 않을 서양 역사가들은 거의 없다”며 “학계에서는 오히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강제노동의 역사를 은폐하려는 일본의 시도가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학계가 이 문제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논의하는 가운데 일본과 유네스코 모두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묻고 가자는 한·일 양국 일부 정치인들을 향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며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멈추라”고 일침을 가했다. 욘센 교수는 “일본이 식민지 착취로 조선인의 인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하고, 한국은 그러한 식민지 착취가 다수의 조선인 식민지 협력자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때에만 양국은 화해를 이루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국 및 국제 학계가 동의할 수 있는 초국가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역사 해석을 향해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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