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판매 아이폰, 인도에서 생산?
인도 러시 속 품질·노동·규제 리스크도 부각
주식시장도 변수...LG 인도법인 상장 속도조절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세계 전자업계가 중국을 넘어 인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품질, 노조,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을 꿈꾸는 인도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투자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와 대중국 관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배경이다. 하지만 동시에 품질 관리, 노동 환경, 정부 규제 등 위험 요소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모든 아이폰을 내년까지 인도에서 조립할 계획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연간 6000만대 규모로, 현재 인도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생산은 폭스콘과 타타그룹이 맡아 첸나이와 벵갈루루 지역 공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애플의 인도 생산 이전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을 크게 늘리려 하지만, 품질 관리와 생산성 문제로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도 현지 생산공장의 품질 불량률은 중국 대비 현저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 부족, 부품 조달망의 한계, 숙련된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역시 인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가전제품 공장에 1억1700만 달러(약 170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이 공장은 삼성 인도 매출의 약 20%를 담당하며 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생산한다. 이번 투자로 1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인도 사업도 순탄치만은 않다. 첸나이 공장은 지난해 임금 인상과 노조 인정 문제로 장기 파업을 겪었으며, 최근에도 일부 직원 징계 조치를 둘러싸고 노동자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애초 최대 150억 달러를 목표로 했던 기업 가치는 인도 증시 조정 여파로 105억~115억 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도법인 상장을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고, 시장 상황과 시너지 창출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장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인도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50(Nifty50)과 센섹스(Sensex)는 7일 연속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글로벌 금리 인상 불확실성, 도시 소비 둔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노동 환경과 정부 규제 역시 기업들의 인도 진출 시 주요 고려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노동 분쟁, 노조 조직화 움직임 등 기존 리스크에 더해, 최근에는 규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인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도 정부가 제조업체에 대해 전자폐기물(E-waste) 재활용 시 1kg당 22루피(약 360원)의 최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기준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양사는 "지나치게 높은 재활용 보상 기준은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급망 운영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인도의 인프라 개선, 젊은 인구, 대규모 소비시장 등 장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노동·규제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면 '기회의 땅'이 '리스크의 땅'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