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두 최고 우완이 나란히 단년 계약을 맺고 자존심 회복을 준비한다. 저스틴 벌랜더(42)와 맥스 셔저(41)가 지난 20년 간 메이저리그(MLB) 최고 투수로 활약하며 쌓은 승수가 총 478승이다. 명예의전당 입성을 일찌감치 예약했지만, 최근의 부상과 부진 때문에 이대로 커리어를 끝내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MLB닷컴 등은 셔저가 토론토와 1년 155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2일(한국시간) 전했다. 후안 소토, 코빈 번스, 사사키 로키 등 잇따른 영입 경쟁에서 모두 패배한 토론토는 최근 거포 외야수 안토니 산탄데르에 이어 셔저를 품에 안으며 전력을 보강했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벌랜더가 샌프란시스코와 역시 단년 계약을 체결했다. 1년 1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다. 샌프란시스코 역시 FA 투수 최대어 번스를 놓치고 벌랜더로 선회했다.
벌랜더는 2005년 MLB 데뷔해 19시즌 통산 262승(147패)을 거뒀다. 2008년 데뷔한 셔저는 17시즌 통산 216승(112패)이다. 각각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둘 다 2차례씩 경험했다. 못 이룬 것 없이 다 이뤘고, 현역 우완 중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은 실망스러웠다. 벌랜더와 셔저는 1년 간격으로 거액의 FA 계약을 맺고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벌랜더가 2023시즌을 앞두고 계약했고, 셔저는 그 직전해 계약했다. 그러나 2023시즌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 셔저와 벌랜더는 각각 텍사스와 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다. ‘꿈의 원투 펀치’는 2023시즌 결성 1년도 안 돼 와해했다. 메츠는 2023시즌 승률 5할도 거두지 못했다.
이적 이후 두 사람은 더 부진했다.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고, 시즌 중 다시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 아웃됐다. 셔저가 9차례 등판에 평균자책점 3.95, 벌랜더가 17차례 등판에 평균자책점 5.48에 그쳤다.
벌랜더도 셔저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전에 없던 부상이 잦아졌고, 구속과 구위 또한 눈에 띄게 떨어졌다. 냉정히 말해 두 사람 모두 토론토, 샌프란시스코의 비시즌 우선 타깃도 아니었다.
은퇴해도 이상할 것 없던 두 사람이 1년 더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로 했다.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다는 의지다. 건강만 하다면 아직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아줄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와 토론토가 험난한 지구 경쟁을 뚫고 가을 무대에 오른다면 이들의 경험은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