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국의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에 장애인 수형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설치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법원의 이 같은 적극적 구제 조치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해 위헌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이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적극적 구제 조치’ 조항의 입법 취지를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5일자로 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고 이 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법무부의 소송수행자다. 앞서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3-3부(재판장 유철희)는 사지마비 중증 장애인 수형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약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5년 순천교도소에 수감된 A씨는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편의시설이 따로 없는 것에 반발해 관련 시설 설치를 요청했다. 교도소는 장애인용 손잡이 등을 설치했으나 금세 녹이 슬어 A씨의 팔에 쇳독이 올랐다. A씨는 교도소의 조치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어긋난다고 보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가 입은 차별적 피해를 일부 인정하고 법무부에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편의시설(대변기·세면대)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된 적극적 구제 조치를 확대해 적용한 첫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장애인 수형자들이 다른 교도소로 이감될 가능성을 고려해 앞선 편의시설 설치 대상을 ‘전국’의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로 정했다. 2023년 기준 전국의 장애인 수형자 전담교정시설 중 지체장애인 관련 전담교정시설은 A씨가 있었던 순천교도소와 안양·여주·포항·청주·광주·군산교도소, 충주·통영구치소 등 9곳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상 사법부가 행정부의 영역을 침범하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헌법에 정해져 있는 삼권분립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국의 교정시설을 대상으로 판단한 (법원의) 적극조치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시설 설치 범주를 ‘전국’으로 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장애인 수형자가 이송·수용될 가능성만으로 이를 확대해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A씨가 수감될 당시 교도관들을 비롯해 정부가 장애인 수형자들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편의시설 제공에 지연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원고의 원활한 수용생활을 위해 편의 제공을 다 했다”고도 했다.
A씨 측은 ‘위헌성’을 앞세운 검찰의 항소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A씨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적극적 구제조치’란 보다 적극적인 차별 시정을 위해 법원에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검찰의 의견은 법률상 명시된 법원의 적극적 구제 조치를 부정한 것이고 입법 취지를 몰각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A씨가 수감될 당시 장애인 수형자를 위한 편의 제공을 다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선 “이미 1심에서도 (교도소 측의) 장애인 수형자 차별 행위가 있다고 인정됐다”며 “사실상 검찰의 책임 회피성 주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