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해상에너지 전시 컨퍼런스(OEEC) 2025’
얀 보스 네드제로 회장 ‘네덜란드 해상풍력 시장 동향’
컨퍼런스 패널 토론 ‘네덜란드 해상풍력 산업의 미래’
산업계 전력화 지연, 비용 증가, 그리드 병목 ‘삼중고’
“확실성이라는 열쇠로 세 개 자물쇠 한꺼번에 열어야”

10년 전 6~7%에 머물렀던 네덜란드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50%에 육박한다. 유럽 어떤 국가보다 빠른 전환 속도다. 지난 11월 25~2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해상에너지 전시 컨퍼런스(OEEC) 2025’에서 얀 보스 네드제로(NedZero) 회장은 정부와 300여 기업, 비정부 조직(NGO)들이 6주마다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네덜란드의 독특하고 강력한 협력 모델이 성공의 핵심 동력이었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는 2032년까지 21기가와트(GW)의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북해에서 4.7GW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고, 1.5GW 단지가 건설 중이다.
하지만 2032년까지 21GW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현재 ‘위태로운(in jeopardy)’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네덜란드를 비롯해 독일, 덴마크, 영국 등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5일 ‘네덜란드 해상풍력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 패널 토론에서는 200bp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과 30~40%에 달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충분한 수익성을 보였던 프로젝트들을 더 이상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만들었고, 이런 거시경제의 충격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진단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40년 50GW, 2070년 70GW라는 목표에서 2040년 30~40GW라는 보다 ‘현실적인(realistic)’ 목표로 전환했다.
공급망은 2년 이상 장기 계약의 부재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신규 설비 투자를 주저하고, 산업 수요처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전환에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 부담 때문에 녹색 전력 구매를 망설인다. 설상가상으로 전력망 운영사(Tennet)의 그리드 확장 리드타임(lead time)은 10년을 훌쩍 넘어가 발전소가 건설돼도 전기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패널들은 “이 세 가지 문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서 어느 한쪽의 문제 해결만으로는 산업 전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확실성’이라는 열쇠로 세 개의 자물쇠를 동시에 여는 통합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기로에 선 해상풍력의 시장 붕괴를 막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정부가 정책의 ‘확실성(certainty)’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패널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가 21GW 목표를 포함한 기존 해상풍력 로드맵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매년 2~4GW 규모의 프로젝트를 ‘꾸준한 흐름(constant flow)’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랬을 때 공급망 기업들은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그리드 운영자는 체계적으로 계통 확장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사에게 가장 큰 위험(리스크) 요인은 불확실한 전력 가격이다. 패널 토론과 얀 보스 회장의 발표에서는 개발사의 ‘수익 확실성(income certainty)’을 보장하기 위해 기준 가격보다 시장 가격이 낮을 경우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고, 높을 경우 개발사가 정부에 차액을 반환하는 양방향 차액결제계약(two-sided Contract for Difference, CfD)을 즉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동시에 나왔다.
기준 가격을 보장하는 정부의 대규모 보증은 은행의 프로젝트 리스크 인식을 극적으로 낮추고,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져 프로젝트 총비용을 절감시킨다. 얀 보스 회장은 양방향 CfD 도입을 위한 신규 법안 마련을 2027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 보증 규모에 대해서도 “소총이 아닌 대포로 쏴야 한다(shoot with a cannon)”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보증금이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역설적이지만 효과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짚었다.
ESS와 연계한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CfD 모델 도입도 제안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에 1GW/2시간 용량의 ESS를 연계해 CfD로 지원할 경우 전력 가격 안정화와 계통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약 10억 유로의 정부 지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얀 보스 회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민간 투자의 마중물을 붓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하고 전략적인 정책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는 해상풍력으로 생산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할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드라기 플랜(Draghi plan)’을 통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것처럼 네덜란드 정부 역시 산업 전력화를 최우선 국가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화의 핵심 장애물은 전력망의 경직성과 계통 혼잡이다. 토론 패널들은 Tennet이 해상과 육상 그리드 확장을 ‘미리(ahead)’ 진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얀 보스 회장은 전력 생산량이 많을 때는 가격이 저렴해지고, 생산량이 적을 때는 가격이 비싸지는 시장 중심적 전력 가격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네덜란드 해상풍력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적 확실성과 함께 정부, 개발사, 공급망, 그리드 운영자, 최종 수요처에 이르는 모든 이해관계자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컨퍼런스 패널 토론에서는 ‘공공-민간 협력(public-private collaboration)’ 플랫폼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이 플랫폼이 각 주체가 서로에게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What do I need from you and what do you need from me?)”를 명확히 소통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며, 당면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이종호 기자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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