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상풍력 투자 단 1%면 수억㎢ 해양 자연 서식지 복원 가능”

2025-12-03

태양광‧풍력, 2060년 전 세계 전력 생산 79% 담당

2100년 지구 온도 산업화 이전보다 2.2°C 상승 전망

“해상풍력과 자연재생 통합, 대규모 자연 복원 기회”

“해상 수소로 그리드 병목 해결, 고갈 가스전 저장”

글로벌 선급‧인증 기업인 DNV의 2025년 ‘에너지 전환 전망(Energy Transition Outlook, ETO)’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은 206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79%를 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11월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해상에너지 전시 컨퍼런스(OEEC) 2025’에서 욘 반 오스트롬 DNV 글로벌 HVDC FACTS 벤처 총괄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비화석 연료는 전력 생산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지만 에너지 전환 속도는 파리 협정 목표인 1.5°C를 달성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2.2°C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상풍력발전은 화석연료로부터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해상풍력 개발 과정이 생물다양성에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는 딜레마, ‘캐치-22(catch-22)’ 상황도 컨퍼런스에서 제기됐다.

11월 25일 열린 ‘해상풍력 투자와 자연재생’ 주제 토론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다뤘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서식지 변화, 대규모 구조물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과 함께 어류에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하고, 특정 구역의 어업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자연에 이득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영향도 언급됐다.

이렌 헤르벡스 바텐팔 이사와 크리스티안 판 슬라이스 해양생태학자는 “해상풍력 개발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함께 달성하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며 “2050년까지 예상되는 전 세계 해상풍력 투자의 단 1%를 활용하면 수억㎢에 달하는 해양 자연 서식지를 복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전 세계 농업이 차지하는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맹그로브, 굴 암초, 산호초, 해조류 숲 등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는 엄청난 기회”라며 “에너지 전환 자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생태 복원 노력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해상풍력과 자연재생을 통합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속도와 목표의 불일치다. 해상풍력 개발은 산업적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는 반면, 자연 복원 노력은 비교적 느리고 규모도 작다. 컨퍼런스 토론자들은 자연 복원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speed up), 수백km의 해안선을 따라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것과 같은 대담한 접근(scale up)과 함께 해상풍력 개발 계획 초기 단계부터 자연재생과 통합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keep up)고 주문했다.

풍력 터빈 기초 구조물의 기술적 설계를 의도적으로 변경해 해양 생물의 서식 환경을 개선한 사례도 소개했다. 물 보충 구멍(Water Replenishment Holes)이나 세굴 보호(Scour Protection) 같은 작은 설계 변경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풍력발전단지는 다양한 해양 생물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뷔페’, 숨거나 놀 수 있는 ‘놀이터’,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안식처’로 기능하게 됐다.

토론자들은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규모 복원 프로젝트에 집중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푼돈 아끼려다 큰돈 잃는(Penny Wise, Pound Foolish) 함정에서 벗어나 단기적인 시장 압력을 생태적 회복탄력성에 기반한 장기적인 경쟁 우위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컨퍼런스에서는 국가 전체 에너지 수요의 80%를 천연가스와 같은 분자(molecules) 형태의 에너지원에 의존하고, 전력(electrons)의 비중은 20%에 불과하다는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 과제도 제기됐다.

레네 판 데르 메르 네덜란드수소(H2DO) 사업개발 담당은 11월 26일 ‘해상 친환경 수소 생산’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존의 에너지 전환 모델은 모든 신재생 에너지를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전력망(copper wires)에 집중시키고 있다”면서 “심각한 그리드 병목 현상 등 기존 전력화 모델이 갖는 구조적 취약점은 에너지를 생산지에서부터 분자 형태로 변환해 전송하는 해상 수소 생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에너지 전송 모델은 복잡하고 비용 집약적인 다단계 인프라에 의존한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중앙에 1만5000톤 이상의 거대한 HVDC 변환소를 건설해 생산된 교류(AC) 전력을 직류(DC)로 변환하고, 고가의 해저 HVDC 케이블을 통해 막대한 양의 전력을 육상으로 전송한다. 육상에서는 해안가에 넓은 부지를 차지하는 육상 변환소를 추가로 건설해 직류 전력을 다시 교류로 변환한 뒤, 고압 송전선을 통해 최종 수요처로 공급한다. 이런 복잡한 구조는 비용 문제를 넘어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해상 수소 생산 모델은 거대한 해상과 육상 HVDC 변환소나 고압 송전선 같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프라가 원천적으로 불필요해진다. 대규모 육상 시설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지하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함으로써 국토의 효율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이점도 있다. 해저 전력 케이블은 물리적 손상이나 외부의 공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강철로 만든 수소 운송 해저 파이프라인은 외부 충격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가장 혁신적인 장점은 해상에서 생산된 수소를 고갈된 북해 가스전에 직접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는 것이다. 이는 전력망 제약으로 인한 출력 제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여름철 잉여 에너지를 겨울철 수요에 대비해 저장하는 완벽한 계절 간 저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H2DO는 네덜란드 정부(RVO)로부터 TSE(Topsector Energie) 자금을 지원받아 앞으로 1년 6개월간 해상풍력을 이용한 30~50메가와트(MW)급 수전해 그린 수소 생산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레네 판 데르 메르 H2DO 사업개발 담당은 “해수 담수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의 소금물(brine)과 전해조를 가동할 때 발생하는 열(heat)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해상 환경에서 수소를 안전하게 다루기 위한 새로운 안전 기준과 프로토콜을 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은 해상 수소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이종호 기자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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