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등산을 하다 보면 여지없이 마주치는 구간이 있다.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뤄진 깔딱고개다. 숨이 목구멍까지 컥컥 차올라 할딱거릴 만큼 힘든 지점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오르다 보면 땀은 비오듯 흐르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그럴 땐 그냥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힘에 부치도록 산을 오르고 또 올라 막판에 다다를 즈음에 만나게 되는 깔딱고개는 누구에게나 고되다. 하지만 그 고개를 넘으면 이후 산행은 즐거움 자체다. 답답했던 가슴이 펴지며 힘겨운 고비를 이겨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별 어려움 없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이유다.
▲국어사전을 보면 깔딱고개는 ‘숨이 깔딱거릴 정도로 힘들게 오르는 고개’란 의미의 명사다. 이름만 들어도 그 뜻이 확 와 닿는 것 같다. 깔딱고개는 높은 산은 물론 낮은 산에도 존재한다. 전국 방방곡곡 어지간한 산엔 대부분 있다는 얘기다.
깔딱고개는 꼭 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단순한 지형적 특성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비유적 표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게다. 꽃길과 상반되는 고생길이 그 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운 상황이나 시기, 또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빗대기도 한다.
▲깔딱고개는 우리의 인생길에도 있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깔딱고개 한 번 없는 삶은 없다. 웬만하면 나름대로의 깔딱고개를 경험했을 거다. 특히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건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야 할 난관이다. 결코 못 넘을 장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깔딱고개는 삶의 여러 순간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 고난의 고갯길이지만 잘 참아내고 이겨낸다면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에 그러하다. 어쩌면 인생의 성공 여부는 그 고개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엊그제 울산에서 열린 ‘AI(인공지능)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했는데, 지금 시중에서 쓰는 말로 깔딱고개를 넘는 중”이라며 “준비에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의 현 경제 상황을 깔딱고개에 비유하며 지금 이 순간이 향후 수십 년을 결정짓는 분기점이라고 진단한 게다. 그러면서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 이 대통령의 포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