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후보들이 23일 두 번째 TV토론에서 에너지·기후 정책을 두고 충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 중심'의 정책을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각각 '환경주의가 아닌 과학적 기후정책'과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기후정책'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2차 TV토론에서 “전 세계의 전체적인 에너지의 흐름은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직전 정부가 재생에너지 산업을 탄압하는 바람에 매우 위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남해안 중심으로 또는 소멸 위기를 겪는 농어촌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과 풍력 발전들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 전남 일대에 재생에너지 송전망이 부족해서 추가 발전 허가가 나지 않는데, 신속히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해당 지역에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그런 기업들을 유치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산단 즉 RE100 산단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새로 살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한다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강행해 그 결과 원전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원전 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런데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만 주장하고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 발전 단가는 50원이나 60원 사이인데 반면에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3300원에 이른다”면서 “AI 사용으로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값싸고 안정적이고 깨끗한 원자력 발전, 이를 많이 준비하는 게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에서 원전을 외면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 후보는 원전이 위험하다면서 적절하게 섞자고 말한다. 우리는 원전을 중심에 두고 조력과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도 병행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준석 후보는 “카페에 가보면 종이 빨대가 있는데, 실제로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탄소 배출이 더 많고 인체에도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고집으로 종이 빨대를 강제하더니 플라스틱 빨대 생산 기업은 피해를 입었다”면서 “환경과 기후 대응은 매우 중요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환경 피시주의는 국가 정책을 왜곡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대통령이 재난영화 한 편 보고 감동해서 시작한 탈원전 정책은 전국의 농지와 임야를 태양광 패널로 바꿔 놓고, 운동권 마피아들이 태양광 보조금을 받아 흥청망청하다가 결국 사법 처리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과학적인 환경주의가 아니라 과학과 상식, 그리고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기후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권영국 후보는 “기후 위기는 온실가스의 43%를 배출하는 10대 대기업과 부유층으로부터 발생하는데, 피해는 가난한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된다”면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기업과 부유층에게 기후정의세를 도입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과감한 결단으로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을 두고는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충돌했다. 이준석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원전에 대해 질문하며 한국 원전 안정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동쪽 지역에 원전이 많이 몰려 있어서 사고가 나면 대한민국에 직격탄인데, 이건 어떻게 위험도를 평가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 원전을 불신한다고 한 바가 없다.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 안전 관리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사고는 잘 안 날 것이다. 그런데 사고가 50년에 한 번이든 100년에 한 번이든 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중국 동해안에 원전이 많은 건 아는데, 거기 원전이 많으니 우리나라에 많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거기가 위험하니 우리나라가 위험해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가 재차 “중국 원전 안전 관리 특별 대책이 있나. 대한민국 원전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는 취지로 들린다. 중국에 대해서는 별말 안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하자, 이재명 후보는 “왜곡하지 않으면 좋겠다. 원전의 일반적 위험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는 또 이준석 후보가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텐데, 탈석탄·감원전 기조로 기저 전력을 무엇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묻자 “지금도 원전 비중이 32%다. 새로 짓는 원전이 있기 때문에 2060년까지는 쓸 수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예로 양수발전소를 들었다.
이준석 후보가 “양수발전소는 또 다른 환경파괴다. 산 깎아 댐 만들어야 한다”고 받아치자 이재명 후보는 “기존 것을 쓰면 된다”고 답했다.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단정하지 말라. 내가 언제 양수발전소를 늘리겠다고 했나”며 “이준석 후보는 모든 걸 비관적으로 본다. 기술 발전이 엄청 빠르다”고 반박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