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통합계좌 개통·외환거래 연장…9월 WGBI 편입 '청신호'

2024-07-02

추종 자금 2조 5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대표 채권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올 9월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WGBI 편입이 이뤄지면 6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투자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 금리 하락 등 한국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을 개통한 첫날 국고채 30년물 100억 원을 시작으로 10억~100억 원 단위의 테스트 결제가 처리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ICSD 연계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하면 국내 계좌 개설 없이 역외에서 한국 국채에 바로 투자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개통 이후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1일부터는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7시간으로 연장했다. 첫날 연장 시간 거래된 원화 거래량은 24억 6000만 달러(3조 4000억 원)로 전체 거래량(125억 7000만 달러)의 19.6%를 차지했다. 거래시간 연장으로 우려했던 변동성 확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ICSD와의 국채통합계좌 개통, 외환시장 거래 연장 등이 이뤄지면서 9월 WGBI 편입 가능성도 조심스레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WGBI 산출기관인 FTSE 러셀이 요구해왔던 조건 가운데 외국인 국채투자에 대한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조치(2023년 1월), 외국인투자등록제(IRC) 폐지(2023년 12월) 등을 마무리한 데 이어 나머지 요건들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FTSE 러셀은 매년 3월, 9월 WGBI를 발표하는데 신흥시장국채지수(EMGBI)로 분류된 한국은 2022년 9월부터 관찰대상국에 포함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반기마다 WGBI 편입을 공언했다가 실패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요건을 갖춘 만큼 다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해외 투자가들이 ICSD 개통으로 투자 편의성이 개선됐는지 등을 점검해 의견을 낼 것”이라며 “FTSE 러셀 측에서 제시한 조건은 충족했기 때문에 WGBI 편입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9월 WGBI 발표에 한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WGBI 편입을 예상한 국채 매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개선 방안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가능성을 상당히 높여줄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 등으로 무산된 한국 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겠으나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했다.

WGBI 편입으로 인한 자금 유입 규모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최소 5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 자본시장연구원·골드만삭스는 500억~600억 달러, 정부는 90조 원(약 650억 달러)의 유입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2.3%로 고려해 870억~920억 달러가 점진적으로 유입된다고 봤다. 채권 투자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원화 가치 상승과 함께 국채금리 하락 등 한국 경제의 시장 불안 요소가 상당수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상승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9월 WGBI 편입 가능성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WGBI 편입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응은 중요 변수로 꼽힌다. FTSE 러셀이 한국에 요구하는 ‘시장 접근성’은 정성적 평가라 예측이 어렵고 대응도 쉽지 않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과 불투명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2009~2010년 당시에도 국채통합계좌 도입까지 마쳤으나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철회, 외환 건전성 관리 강화 등으로 WGBI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바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9월 평가까지 두 달 남았는데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외환거래를 오전 2시로 연장한 것은 유럽 기준이라 미국 투자자들은 체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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