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옷장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재가 있다. 바로 코듀로이(Corduroy). 세로로 흐르는 골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질감과 은은한 광택 덕분에, 한층 부드럽고 클래식한 무드를 완성한다. 과거 ‘골덴’이라 불리며 아동복 소재로도 각광받았다. 그만큼 튼튼하고 따뜻해 실용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신축성도 갖추고 있어 더없이 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칫하면 올드해 보이기 쉬운 소재이기도 하다. 코듀로이를 세련되게 즐기려면 ‘질감의 균형’과 ‘톤의 조화’를 기억하자.
가을의 기본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코듀로이 팬츠는 핏과 컬러 선택이 전부다. 잔잔한 골의 슬림 스트레이트 팬츠라면 오피스룩에도 손색이 없고, 와이드 핏은 부츠나 스니커즈와 함께 빈티지 감성을 살릴 수 있다.
앤아더스토리즈의 이번 시즌 코듀로이 팬츠는 편안한 신축성의 코튼 혼방 코듀로이 소재로 제작됐다. 하이 웨이스트, 풀 기장의 플레어 레그 디자인으로 자칫 둔해보일 수 있는 핏을 살렸다. 넉넉한 니트와 매치해도 부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코듀로이 팬츠의 경우 클래식한 브라운·카멜 톤은 물론, 차콜처럼 톤 다운된 컬러를 선택하면 트렌디한 인상을 준다. 크림 컬러 같은 밝은색을 굳이 피하지 않아도 된다. 탄탄한 조직감의 소재를 고르면 체형의 약점은 살리면서도 세련된 라인을 유지할 수 있다. 코듀로이 팬츠에는 화이트 셔츠와 울 카디건, 브라운 로퍼를 매치하면 포근하면서도 단정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코듀로이 재킷은 소재 자체의 존재감이 크다. 그래서 이너는 미니멀하게 정리하는 것이 세련됨의 핵심이다. 누구나 한 벌씩은 갖추고 있는 화이트 티셔츠나 블랙 터틀넥 위에 아이보리 코듀로이 재킷을 걸치면 가을 분위기를 내기에 제격이다. 여기에 블랙 팬츠와 매치하면 모던한 도시 감성, 데님 팬츠와 조합하면 따뜻한 주말 캐주얼로 변신한다.
지금 같은 날씨에는 재킷보다 코듀로이 셔츠의 활용도가 높다. 단독으로 입어도 좋고, 이너로 매치해도 질감이 살아난다. 흰 티셔츠 위에 오버핏 코듀로이 셔츠를 툭 걸치거나, 니트 베스트와 레이어드하면 자연스러운 볼륨감이 만들어진다. 브라운 셔츠에 플리츠 스커트, 앵클부츠를 매치해 클래식한 무드를 내면 한결 멋스럽다.
코듀로이는 ‘시각적 질감’이 강하다. 따라서 함께 입는 아이템은 매트한 소재가 좋다. 울, 데님, 코튼, 가죽은 찰떡궁합이지만, 벨벳이나 스웨이드는 질감이 겹쳐 무거워 보일 수 있다. 가죽 크로스백이나 첼시 부츠로 마무리하면 한층 도시적인 균형이 완성된다.
단, 코듀로이가 아무리 따뜻하고 편안해도 상·하의 모두 코듀로이 소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질감이 과해져 자칫 1990년대 복고풍 코스튬으로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