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공약 경쟁이 불붙는 가운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엄격한 발행 인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실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웹3.0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화폐이자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한다”며 “누구나 쉽게 발행할 수 있게 하면 돈놀이 수단으로 전락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행 주체를 2~3곳으로 제한하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중 호서대학교 석좌교수도“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돈의 일종이며 돈이 '돈답지' 않으면 시장에서 쓰이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최소한 글로벌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만 발행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인 자본 유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외국에서 달러가 들어오면 이는 국부 유출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에 자본이 쌓이는 구조”라며 “이 자금을 활용해 90일 이내 단기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도 연결돼 한국이 통화 협상 등 외교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홍덕현 아트스토어 대표는 “테더(USDT)나 유에스디코인(USDC)처럼 페깅된 스테이블코인도 유동성 차이 때문에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한국은행 등 정부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하더라도 실사용할 수 있으려면 멀티체인 지원이 필수”라 강조했다. 외부 거래소 상장 시 범용적으로 활용돼야 유동성이 확보되는데, 이를 놓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자산 정책에서 안정성과 활성화는 어느 한쪽으로 100점을 추구해서는 현실적인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며 “서로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고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70점짜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 의원은 “난상 토론이 아니라 쟁점별로 구조화된 공개 토론을 통해 입장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공통점과 차이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대선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정책을 둘러싼 토론의 자리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발제에선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웹3.0포럼 운영위원장)는 “미국은 36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와 국채 금리 인상 압력, 그리고 달러 구매력 하락이라는 이중 딜레마에 직면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국제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