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11〉국가 부흥과 대학 기술력의 중요성: 한국 대학의 혁신을 촉구하며

2025-03-05

국가의 지속적인 번영은 혁신적인 기술력, 특히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역량에 달려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통상적으로 대학의 기초 연구에서 시작돼 전문 연구기관을 거쳐 심화 및 발전되고, 최종적으로 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상품화되는 과정을 통해 구현된다. 더 나아가, 대학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성장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성공 모델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은 인터넷,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기술을 선도하며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미국의 압도적인 경쟁력은 대학의 혁신적인 연구 활동과 창업 생태계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대학들은 단순한 지식 생산을 넘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 왔다.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 탄생의 요람이자, 휴렛팩커드(HP), 구글(Google), 야후(Yahoo), 시스코(CISCO)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산실이다. 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가치와 함께 수많은 신제품 개발 및 관련 기업 성장을 견인했다. MIT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 4만개 이상의 기업과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이들 기업의 총 매출은 2조달러에 달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액체 신경망' 기술을 보유한 리퀴드 AI(Liquid AI)와 자율 이동 로봇 플랫폼 개발 기업인 스카이라(Skylla)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미국 대학들은 기술 이전 단계를 넘어,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또, 성공적인 기술 사업화 모델의 부재와 기업가 정신 부족은 기술 사업화 시도조차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나치게 논문 수에 집중된 대학 평가 시스템은 연구의 목표를 지식 생산 자체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부실 학술지의 대명사 MDPI 저널에 논문 게재 수가 급증하는 현상은 양적 평가 위주의 현행 구조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물론, 논문 생산은 학문 발전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학의 진정한 목표는 지식 창출을 넘어, 기술 상용화와 산업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이제 한국 대학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대학 평가 방식과 예산 지원 방향 또한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획일적인 '나눠주기'식 예산 지원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른 투자와 함께 다각화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대학과 연구자들이 더욱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방 소멸 위기 극복에 지역 대학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한국 대학에서 탄생한 기술 기반의 유니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이들이 창출한 막대한 부가 대학에 재투자되어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가 단순한 논문 생산이나 기술 이전으로 끝나지 않고, 기술 창업으로 이어져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잠재력이 높은 연구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지원도 제공돼야 한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정교한 평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한국 대학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기술과 기업을 배출하고, 이들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대학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heon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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