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은퇴? 엄마라서 도전”…37세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서울서 세계선수권 메달 사냥

2025-08-21

“엄마라서 은퇴할 수도 있었겠지만, 엄마라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2000년대 암벽타기 세계 최고 여자 선수로 군림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클라이밍의 여제’ 김자인(37)이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밝힌 각오다.

김자인은 21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2025 스포츠클라이밍 & 패러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출전 선수 중 내가 최고령일 것”이라며 “지금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엄마라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2004년부터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IFSC 월드컵 리드 부문에서 세 차례(2010년, 2013년, 2014년) 종합 우승했고, 월드컵 리드 부문에서만 통산 31회 정상에 올랐다. 세계선수권에서도 두 차례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세계 여자 리드 클라이밍을 사실상 지배했다.

그는 2015년 소방관 출신 오명환 전 국회의원과 결혼했고, 2021년 3월 딸 오규아를 출산했다. 이후 김자인은 대회에 꾸준히 나서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었지만, 육아와 훈련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선수로 훈련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며 “그래도 짧은 시간 집중력 있게 훈련하며 보강 운동을 철저히 했다”고 설명했다.

김자인은 2018년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을 끝으로 국제대회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23년 7월 샤모니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당시 34세에 따낸 금메달은 지금도 IFSC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오는 9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선수권이다. 클라이밍 1세대 베테랑 스타로서 출전하고 싶은 건 당연했다. 그는 “내가 클라이밍을 시작했을 때는 종목 자체가 알려지지도 않았고, 올림픽 출전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서울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것은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이번 대회에서 주종목인 리드에만 출전한다. 리드는 높이 15m 인공 암벽을 제한 시간 6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그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땄는데, 이 중 5개가 리드에서 획득했다. 김자인은 “은퇴해도 될 나이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것 자체로 영광”이라며 “메달이 물론 목표지만, 후배 선수들에게 나처럼 열심히 하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세계선수권대회가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국제대회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8년 LA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김자인은 “LA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말하는 건 지금 시기상조지만,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클라이밍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국제대회 성적 부진 탓에 2021년 도쿄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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