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성학대 의혹 중심에 선 영국 앤드루 왕자(65·사진)를 두고 영국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왕실 소유인 ‘로열 롯지’ 거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윈저 그레이트파크 40헥타르(12만평) 부지에 자리잡은 로열 롯지를 향해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이자 고(故)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는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밀접한 관계가 밝혀지자 ‘요크 공작’을 포함한 자신의 칭호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딸들은 계속 공주 칭호를 사용하며, 2078년까지 개인 임대 계약을 맺은 윈저의 자택인 로열 롯지 거주도 유지된다. 이에 영국민들은 왕실 영지를 사용할 수 있는 왕자 권리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가디언은 “부지가 넓어 앤드루의 딸들이 모두 이곳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주최할 수 있었다”면서 “가족이 머무는 방 30개 3층 건물 외에 수영장, 골프장, 테니스장, 예배당, 작은 집 6채, 정원사 별장, 경찰 보안 숙소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부를 방문했던 관계자를 인용해 “넓은 응접실에는 화려한 몰딩과 목공예품이 있고, 높은 천장과 테라스로 연결되는 커다란 아치형 창문이 있다”며 “왕실 컬렉션의 예술품과 고가구, 값비싼 러그는 물론 모든 방을 생화로 장식한다”고 덧붙였다. 방문객들은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요리사와 가정부가 별도로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앤드루 왕자는 각종 범죄 혐의에 휘말리며 평판이 바닥을 쳤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과거 엡스타인과 친하게 지내며 그가 소개해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혐의다. 올해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버지니아 주프레는 앞서 자신이 17세였던 2001년 런던에서 앤드루 왕자가 자신을 성착취했다고 폭로했다.

앤드루 왕자는 주프레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2022년 금전 대가를 지불하고 합의했으나, 끝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또 지난해에는 영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인 사업가와의 친분 관계가 밝혀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2022년에는 튀르키예의 한 백만장자와 지인 사이의 법정 분쟁 과정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피해 여성이 사후 출간한 회고록 ‘Nobody’s Girl’에서 앤드루 왕자의 성범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하면서 로열 롯지 거주 권리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대중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일 뉴욕타임즈, 가디언, USA 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는 “성노예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회고록을 통해 엡스타인과 그의 공범 맥스웰에게 성착취를 당한 과정을 낱낱이 세상에 알렸다. 이번 출간은 주프레 사망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주프레는 회고록에서 앤드루 왕자를 처음 만난 날을 2001년 3월로 기록했다. 그는 “맥스웰이 내게 ‘신데렐라처럼 잘생긴 왕자를 만날 것’이라고 말한 날 왕자와 첫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주프레는 “당시 왕자가 나를 대하는 모습은 그저 타고난 나의 권리라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고 회상하며, 이후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에서 세 번째 성관계를 가졌을 때 다른 8명의 소녀도 함께 있었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은 앤드루 왕자 사건뿐 아니라, 주프레가 겪은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성착취 구조 전체를 폭로하고 있다. 주프레는 16세 때 어시스턴트로 발탁돼 엡스타인의 성적 착취 대상이 되었으며, 공범 맥스웰은 반복적으로 폭력과 협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