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데이터 품질 확보라는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학습과 추론에 투입되는 데이터의 품질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비정형 문서다. 이메일, 보고서, 계약서, 설계도면 등 수많은 형태의 문서가 기업 내에 분산되어 있지만, 제대로 된 문서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파편화된 데이터 환경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AI 모델을 도입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문서가 제대로 디지털화되지 않고 생애주기 관리도 안 되면, 데이터 전처리가 힘들어 진다. 그 결과 AI가 쓸 데이터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떨어지고, 결국 AI 도입 효과도 제대로 보기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화와 문서 생애주기 관리 체계의 수립·자동화가 AI 전처리의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검증된 방법은 문서중앙화다. 문서중앙화는 기업 내 모든 비정형 문서를 한곳에 모아 생성부터 폐기까지 일관된 체계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분산·파편화된 파일을 중앙 집중식으로 저장하고, 개인 중심 저장 구조를 업무 중심 분류 체계로 전환하며, 소유권·접근 권한·버전 관리·보안 정책·메타정보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이 체계를 갖추면 문서 자체가 곧 '데이터 레이크'로 기능하며, 거대언어모델(LLM)이나 RAG 기반 AI 파이프라인과 자연스럽게 연동된다. 결과적으로 데이터 품질은 높아지고, AI 도입의 성공 가능성 역시 크게 향상된다.
문서중앙화가 생성형 AI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수년간의 운영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최적화된 관리체계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이 새롭게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기존 문서자산을 활용해 곧바로 AI와 연계할 수 있다. 또 표준화된 메타정보를 AI 운영체계와 공유할 수 있어 안정적인 AI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다. 검색 정확도와 생성 응답의 신뢰도가 높아져 운영 가능한 실용 AI로 진화할 수 있다. 여기에 RAGOps와 같은 플랫폼을 결합하면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자동화, 품질 평가, 피드백 루프까지 포함해 AI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문서중앙화 기반 디지털화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다. 대기업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이를 추진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과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실행이 쉽지 않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AI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AI 바우처 사업이 전자문서 기반 비정형 데이터 관리 체계의 구축을 선행 과제로 포함한다면,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던 많은 기업들이 AI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AI 활용의 저변을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인 디지털 전환에도 기여하게 된다.
AI 혁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비정형 문서의 디지털화와 문서중앙화를 통한 관리 체계 확립 이야말로 가장 쉽고 빠른 AI 도입의 길이다. 기업들이 이 과정을 선행할 때, 비로소 생성형 AI의 잠재력이 현실의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박정권 인젠트 전무 jkpark@inz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