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언론사와 칼럼·기사 거래 의혹 발생

2024-06-2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작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29 : 119로 4배 이상의 격차로 대패하며 유치에 실패했다. 이에 뉴스타파는 실패 원인을 찾고자 작년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한다며 부산광역시가 쓴 예산 330억 원의 집행 내역을 검증했는데 그 과정에서 해외보다 국내 홍보에 치중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지만 뉴스타파에 따르면 작년 부산시가 엑스포 홍보 예산을 집행하면서 일부 신문사에 돈을 주고 기획기사와 칼럼을 게재하도록 하는 등 부산시와 언론사 간 ‘기사와 칼럼 거래’가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증거까지 포착됐다.

뉴스타파가 이번 취재를 통해 밝혀낸 ‘기사 거래 의혹’의 핵심은 부산시가 일부 신문사에 엑스포 홍보 지면 광고를 주면서 홍보기사와 칼럼까지 끼워 거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부산시가 쓴 엑스포 홍보 예산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산시와 언론 사이에 기획기사와 칼럼의 게재를 돈을 주고 거래했음을 보여주는 부산시 내부 공문을 여럿 확보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뉴스타파 측에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가 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와 엑스포 유치를 연관 지어 기획 기사로 보도”했고, “보다 효과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엑스포 광고를 병행했다”고 밝혀, 언론사에 돈을 주고 홍보 기사와 칼럼을 게재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기사와 칼럼 거래 의혹의 제기된 신문사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이다. 뉴스타파는 중앙일보는 거래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동아일보는 취재에 불응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정보공개청구 누리집에서 ‘PR’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부산시 공문을 확인했다. 작년 3월 16일, 부산시가 작성한 ‘PR프로그램 활용 홍보계획’이라는 제목의 문서인데 여기에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구체적인 PR실행전략이 담긴 기획안이 첨부돼 있다. 부산시로부터 엑스포 종합홍보 용역을 맡은 대홍기획이 작성한 것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PR실행전략 중에는 릴레이 기고와 기획기사를 3~5회가량 언론사에 게재한다는 계획도 있다. 문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아직 기고자를 정하지 못했는지 “기고자 및 주제 검토 중”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 릴레이 기고 5건을 언론에 돈을 주고 게재한다는 계획인데 1건 당 1,100만 원씩이며 총 5,500만 원의 예산을 '매체 비용'의 항목으로 별도 책정했다는 것이다. 릴레이 기고를 실은 매체로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으로 특정해 놓았다. 기고 한 건당 1,100만 원씩 각 언론사에 실제로 준다는 것인지 의문이 더해진다.

릴레이 기고 외에 기획 기사도 마찬가지로 기사를 게재할 매체로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적시되어 있었는데 '매체 비용'으로 각 언론사마다 3,300만 원을 책정해놨다. 여기서 '매체 비용'이 뭘 말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동아일보엔 “기후위기의 비전을 제시해 부산이 엑스포 유치후보지로서 경쟁력을 소개”한다며 기사의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부산시 내부 공문만 보면, 부산시가 신문사에 돈을 주고 기사와 기고를 게재한다는 내용으로 읽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부산시와 언론사 간 ‘기사 거래’를 시도하는 것으로 믿기 어려운 계획이다. 세금 오남용은 물론 심각한 언론 윤리 논란까지 제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문서는 2023년 3월 6일 자로 생산돼 부산시 유치홍보과장을 거쳐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이 결재한 부산시가 공식 생산한 공문이 명백했다. 그렇다면 국민 세금을 주고 엑스포 홍보기사와 기고문를 거래해 언론사에 게재한다는 부산시의 ‘어처구니 없는 계획’은 이후 어떻게 됐을지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뉴스타파 측에서 부산시와 신문사 간 ‘기사 거래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로 찾아낸 부산시 공문은 엑스포 유치전이 끝난 작년 12월 작성된 것이고 문서 제목은 ‘2023년 종합홍보용역 결과보고’다. 종합홍보용역사인 대홍기획이 맡은 105억원 짜리 2023년 엑스포 유치 활동 결과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홍보 추진 실적을 분야별로 37쪽 분량에 걸쳐 작성했다.

세부 추진 실적 중 아홉 번째로 이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 기획 보도의 추진 실적으로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 3개 언론사 이름이 적혀 있고, 기사 제목, 게재 일자가 나란히 기록돼 있다.

또 바로 밑 ‘릴레이 기고’의 추진 결과에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등 2개 언론사에 3건의 칼럼이 게재됐고, 기고문의 제목과 실린 날짜, 기고자 이름이 나온다.

부산시는 이 문서에서 기획 보도와 릴레이 기고의 추진 실적으로 각각 3건을 적었는데, 중앙일보에는 박람회 실사단장의 인터뷰 기사 1건,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외부 칼럼 2건, 동아일보에는 기후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부산의 경쟁력을 홍보하는 기사 1건, 외부 칼럼 1건이. 한국경제에는 기획 기사 1건이다.

특히 동아일보의 기획 기사의 경우,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가 소재로 엑스포 유치한다는 내용인데, 앞서 2023년 3월 6일 자로 작성된 부산시의 공문에 등장하는 기획 기사의 게재 계획과 얼추 맞아 떨어졌다. 뉴스타파 측에서 언급된 6건의 기사와 칼럼 모두 출력해 확인해 보니, 부산시로부터 협찬이나 세금 지원을 받았다는 언급은 따로 없었고 여느 기사나 칼럼과 다를 바 없었다.

작년 국내 언론사들이 쏟아낸 부산엑스포 유치 관련 보도와 칼럼은 수천 건에 이른다. 부산시는 왜 유독 이 6건만 꼭 집어 엑스포 유치 관련해 자신들의 PR 즉, 홍보 실적으로 올린 것인지 의문이다. 뉴스타파 측에선 여느 기사들과 달리, 이 6건의 기획 기사와 칼럼은 6개월 전 20203년 3월 부산시가 작성한 공문에 계획한 대로, 실제로 신문사에 돈을 주고 게재를 거래한 결과물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기사와 칼럼 거래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후 뉴스타파 측에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고자들에게 연락해 해당 칼럼을 쓰게된 경위를 확인했다. 먼저 중앙일보에 칼럼을 낸 최 모 교수 연구실 관계자는 뉴스타파 강민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산 박람회 때 기획 의도를 알려주고 유치 홍보 일환으로 어떻게 하겠다 이런 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수님께서 디지털 문명 그 주제에 맞춰서 교수님이 기고를 하셨다. 저희한테 기고되는 매체가 중앙일보란 얘기는 안 했고, 동아일보나 한국경제 등에 게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교수 연구실 관계자는 칼럼 기고를 요청한 곳이 중앙일보가 아닌 어느 홍보대행사였고 고료도 중앙일보가 아닌 그 홍보대행사에서 받았으며 고료는 몇십만 원 정도로 기억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동아일보에 실린 엑스포 홍보 칼럼 기고자인 한 외국인과도 통화했다. 그런데 그 역시 칼럼 기고를 동아일보가 아닌 어떤 홍보대행사에게서 요청을 받았고 그 회사에 원고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 홍보대행사는 앞의 최 교수의 사례에서 나온 회사와 동일 업체다.

이렇듯 두 기고자와의 통화를 정리하면, 두 명 모두 해당 언론사가 아닌, 어느 홍보대행사로부터 칼럼 청탁을 받았고, 한 기고자의 경우 자신이 쓴 칼럼이 어디에 실릴지 알지 못한 채 글을 써서 홍보대행사에 넘겨줬으며, 칼럼의 원고료는 언론사가 아닌 홍보대행사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이는 당연히 신문사의 통상적인 칼럼 게재 절차의 상궤를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다. 본 기자가 정식 기자가 되기 전 1년여 간 본지의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400여 건의 오피니언을 썼는데 그 때도 굿모닝충청의 송광석 대표로부터 정식으로 제의를 받았고 오피니언을 쓴 대가로 받은 고료 또한 굿모닝충청으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언론사에 기명으로 나가는 외부 칼럼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 것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취재를 진행할수록 작년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 홍보 예산을 쓰면서 신문사의 칼럼 지면까지 돈으로 거래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또 뉴스타파가 ‘기사 거래 의혹’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찾아낸 부산시 공문은 작년 6월 16일 자로 작성됐다. 제목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PR 홍보비 지급 의뢰(동아일보사 외 2개사)’이다.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 관련 지출한 PR홍보비를 동아일보(4,400만 원), 중앙일보(5,500만 원), 한국경제(3,300만 원) 등 3개 언론사에 1억 3,2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부산시 유치홍보과장이 전결했다.

문제는 부산시가 동아, 중앙, 한경 등 3개 언론사에 지급한 PR홍보비에 전면(지면)광고뿐 아니라 ‘협찬 기사 게재’까지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지급 건명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관련 협찬 기사 및 지면광고”라고 적시돼 있는데다, 광고 내용에 “협찬 기사 게재 및 전면광고”라고 또렷하게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부산시가 이들 언론사에 돈을 주고 기사와 칼럼을 실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광고료 지출을 증빙하는 ‘검수 증빙 자료’이다. 부산시는 1억 3,200만 원의 광고료 집행의 근거로 검수 증빙자료를 문서에 첨부했는데, 각 신문에 실린 지면광고와 함께 기후위기 극복을 주제로 한 동아일보 기사 1건, 한국경제 기사 1건, 중앙일보의 칼럼 1건이 검수 증빙 자료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부산시는 이렇게 내부 공문에는 3개 언론사에 지출한 광고비 중에 협찬기사의 게재 비용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정작 한국언론진흥재단에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광고료를 집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부산시가 작성한 세 건의 공문을 차례로 확인하면서 부산시가 3개 언론사에 광고료 1억 3,200만 원을 집행하는 과정에 세 건의 기사와 칼럼을 지면광고에 묶어 거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후 뉴스타파 측에서 기고자들에게 칼럼을 의뢰한 홍보대행사에 전화해 칼럼의 청탁 과정과 신문사에 해당 칼럼이 게재된 경위를 물었지만 해당 용역을 맡은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뉴스타파는 돈을 받고 기사와 칼럼을 실어준 것으로 의심받는 언론사에 연락했다.

중앙일보 측은 기사 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일보에 연락해 부산시로부터 돈을 받고 협찬 기사를 냈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어 ‘기사 거래 의혹’이 담긴 부산시 공문을 결재한 부산시 공무원에게 전화했다. 이 공무원은 현재 퇴직한 상태였다. 그는 “지금은 퇴직해 답변할 수 없다며 부산시에 확인해 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뉴스타파 측에서 부산시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사를 상대로 세금으로 협찬 기사와 칼럼의 끼워팔기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부산시는 서면 답변을 보내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가 환경 문제 등 사회 이슈와 엑스포 유치를 연관 지어 기획 기사로 보도했다”며 “보다 효과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엑스포 광고를 병행했다”고 답해, 사실상 ‘기사와 칼럼 거래’를 시인했다.

전체 광고 계약의 일부로서 기사 게재를 ‘병행’한 것이라는 게 부산시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부산시의 표현대로 광고와 기사 게재를 ‘병행’한 것이라고 해도, ‘지면 거래’ 또는 ‘기사 및 칼럼 거래’라는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외부 칼럼의 경우 신문사가 아닌 홍보대행사가 기고를 의뢰했을 뿐 아니라 원고료도 신문사가 아닌 홍보대행사가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이후 부산시는 다시 연락해 국민의 세금으로 기사와 칼럼 게재를 거래하는 계획을 애초에 누가 기획했는지, 적절한 예산 집행인지 물었는데 부산시는 이틀 전 보내 온 서면답변과 달리, “엑스포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한 취지”였을 뿐이며, “(부산시 공문을) 오해로 잘 못 볼 수 있다”며, “기사가 나가는 상황을 보고 (신문사에) 광고를 한 것이지, 기사가 나가는 것을 전제로 광고를 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작성한 공문에 협찬 기사의 게재 비용으로 광고료를 집행한다고 기재하고, 검수 비용 증빙 자료에 칼럼을 첨부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채 얼버무렸다.

결국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를 통해 부산시와 동아일보아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사간에 국민의 세금으로 기사와 칼럼을 거래한 구체적 증거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부산시의 세금 오남용과 부적절한 예산 집행에 대한 비판은 물론, 세금을 이용한 공론장의 왜곡과 조작, 나아가 신문사의 윤리 위반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파도 파도 괴담만 나오는 이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과연 4년 뒤라고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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