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00조 구독경제'…공정위 칼끝에 재계 바짝 긴장

2025-03-13

급성장하고 있는 구독경제 시장을 겨냥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구독 상품 거래를 단계별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소비자 피해 등의 이슈 및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언제든 구독 해지가 가능하고 자동 유료 전환을 제한하는 등 철저한 소비자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1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주요 기업들의 준법감시인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올해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주최한 자리로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제조 업체부터 롯데백화점·이마트·GS리테일 등 유통 기업, 카카오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등 온라인 플랫폼까지 73개사의 준법감시 담당자가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구독형·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 및 불공정 약관을 점검해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주요 경영전략으로 구독경제 방식이 전방위적으로 채택되면서 구독 상품 거래 전반에서 소비자 피해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계약 전, 계약 이행·갱신, 해지에 이르는 단계별 소비자 이슈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특히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구독형 플랫폼이 국민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음에 따라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통해 연관 시장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식품, 의류, 면도기, 가전제품 등 사실상 1회성 제품 및 서비스가 아니면 거의 모든 일상이 구독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AI구독클럽’은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TV를 월 2만~3만 원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출시 이후 두 달 새 프리미엄 TV 구독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가전 매출의 30%가량을 구독 사업으로 벌어들였다. 전년 대비 50% 급증한 수준이다.

국내 구독경제의 한 축은 e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은 쿠팡과 배달 서비스 업체 배민이 차지하고 있다. 쿠팡의 유료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2020년 600만 명에서 2023년 1400만 명으로 3년 새 2.3배 증가했고 지난해 8월 월 회비를 78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가입자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배민 역시 지난해 4월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을 출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월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적은 초기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 9000억 원에서 올해 100조 원으로 3.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소비 시장 전반에 구독 서비스가 퍼지면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소비자가 쉽게 구독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해지’ 버튼을 앱 속에 숨겨놓는다거나 사용자를 붙잡는 문구를 지나치게 반복하는 등 일명 ‘다크패턴’이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업계는 이에 대응해 소비자 보호 개선 방안을 적극 내놓고 있다고 항변한다. 예컨대 배민은 최근 배민클럽의 무료 체험 기간이 종료된 후 고객이 직접 동의 의사를 표시해야 유료 전환이 이뤄지는 ‘옵트인’ 방식을 새롭게 적용했다. 다만 공정위가 최근 주무 부처의 판단과 달리 이동통신 3사 등 여러 기업들에 과징금 폭탄을 부과하는 등 재계를 향해 지속적으로 칼끝을 겨누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는 구독 상품에 대한 니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환불이나 해지 정책 등에서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더 꼼꼼하게 챙겨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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