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시중은행] 이환주 KB국민은행장, 글로벌 사업 '궤도' 올린다

2025-01-14

국민銀, 지난해 ELS·내부통제 문제로 홍역앓아

이환주 행장, 신뢰 회복과 내실 다지기 주력 전망

'리딩뱅크' 탈환 시동... 印尼 KB뱅크 정상화도 과제

[편집자주] 을사년 새해를 맞아 각 시중은행장들이 저마다의 경영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경제 불확실성 역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은행들은 ‘건전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연 은행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시장경제가 들여다봤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올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그룹 내 첫 보험사 CEO 출신 행장이라는 ‘깜짝’ 인사의 주인공이자,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복심’으로도 잘 알려진 이 행장은 국민은행의 산적한 경영 현안을 풀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인한 불완전판매 의혹과 꾸준히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 등으로 인해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 ‘KB뱅크(전 부코핀은행)’의 정상화와 더불어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에 이 행장이 제시할 해법에 이목이 쏠린다. 그는 과거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던 이력이 있어 ‘재무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의 경영 행보를 되짚어보면 단기적인 수익에 매달리기 보다는 묵직한 리더십으로 내실을 다져나가는 측면이 눈에 띈다.

실제로 KB라이프생명 대표 시절 이 행장은 중장기 전략 사업으로 요양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생명보험과 요양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라이프생명의 요양사업 진출은 ‘묘수’로 평가받았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상조 서비스와도 연계할 수 있어 미래 먹거리로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같은 이 행장의 경영방식은 평소 강조한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자세와도 맞닿아있다. 해당 사자성어는 ‘씨 과일은 먹지않고 남긴다’는 뜻이다. 당장의 이익을 탐하기보다는 후일의 더 큰 수확을 내다본다는 의미로 통한다.

올해 취임사에서도 이 행장은 “국민은행 임직원에게는 선임, 후임 모두가 제 몫을 다하며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석과불식’의 마음가짐이 릴레이처럼 이어져 온 전통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행’도 강조했다. 이 행장은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공격적인 영업에 치중하기보다는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방향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손실에 따른 보상 충당금 적립 여파로 '리딩뱅크'의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준 뼈아픈 해였다. 시장은행 중 가장 많은 8조원 규모의 홍콩 ELS를 판매하면서 지난해 1분기에만 8620억원의 충당금을 손실로 반영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 컸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617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 8554억원) 대비 8.3% 감소했다. 이는 시중은행 중 3위로, 1위인 신한은행(3조1028억원)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2위인 하나은행(2조7808억원)과 비교해도 약 1600억원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올해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다. 순이자마진(NIM)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3분기 NIM은 1.71%로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대출자산 리프라이싱(가격 재조정) 가속화, 주택담보대출 급증 등에 따른 것이지만, 올해도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로 전망이 어둡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올해 영업 부문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 행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여의도 영업부를 방문했다. 이러한 ‘현장경영’ 기조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영업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자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행장의 경력 중 거의 절반은 ‘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스타타워 지점장과 영업기획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부행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영업기획부장 재임 시절 전국 영업점을 총괄하며 '영업통'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과거 KB라이프생명 대표로 내정됐을 당시에도 이 행장은 ‘현장경영’으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KB라이프생명의 GA 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의 주요 지점을 방문하며 영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도 이 행장에 대해 “그룹 내 핵심 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의 경영철학을 균형 있게 실현할 수 있는 현장감과 경영관리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국민은행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전 부코핀은행)의 경영정상화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KB뱅크에 약 3조 1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기준 1조 5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누적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진출은 국민은행이 포기하기 어려운 핵심 전략 중 하나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해외 금융시장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이재근 전 국민행장을 글로벌 부문장으로 선임한 것도 KB뱅크의 ‘턴어라운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이 부문장과 합을 맞춰 올해 KB뱅크 실적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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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원칙이 곧 지름길. 금융 보험·카드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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