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006840)의 1300억 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인수했던 국내 증권사들이 이 EB를 시장에 모두 내다판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 EB를 넘겨 받은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측에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풋옵션(팔 권리)을 청구하고 나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올 3월 재도래하는 풋옵션 기일에 나머지 원리금 전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가 3회차 EB 최초 투자자인 대신증권(800억 원), 메리츠증권(350억 원), 한국투자증권(180억 원) 등 3개 증권사는 2022년 연말까지 이 EB를 모두 셀다운(Sell Down)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 전문 운용사나 일반법인 등 수십여 곳이 EB를 쪼개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발행된 AK홀딩스 3회차 EB는 제주항공(089590)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다. 교환가액은 1만5050원이다. 그러나 제주항공 주가는 EB 발행 후 한번도 교환가액을 넘어서지 못했고 최근까지도 주가는 꾸준히 하락했다. 이에 사채권자들은 한 번도 주식 교환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풋옵션 기일이 지난해 9월과 12월 찾아오면서 사채권자들은 총 463억 원에 해당하는 EB의 원리금 상환을 청구하며 돈을 받아갔다.
시장에서는 올 3월 다시 도래하는 풋옵션 청구일에 시장의 나머지 사채권자들이 한꺼번에 800억 원에 달하는 원금 상환 요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EB를 보유한 한 운용사 대표는 "우리도 돌아오는 풋옵션 기일에 원리금 상환을 청구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벌어진 항공기 사고에 불안이 가중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권 취소 건수가 많아 회사는 운항 안정성 향상을 위해 3월까지 국내선과 일본·동남아 등 노선의 운항편 약 1900편을 감편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주가는 참사 이후 7000원대로 밀린 뒤 아직 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애경그룹 전반에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대량 풋옵션 예상을 뒷받침한다. 그룹의 주력인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 애경케미칼과 백화점 부문 계열사인 AK플라자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게 뼈아프다. 애경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7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2020년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중인 AK플라자는 최근까지 AK홀딩스로부터 1792억 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제주항공 지분을 담보로 증권사들로부터 1673억 원을 대출 받은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중 오는 3월 만기 규모만 310억 원에 달한다. 현재 제주항공 주가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아져 있어 담보유지비율을 초과한 증권사 쪽에서 상환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