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가 식품위생법·광고법 위반 등의 의혹을 받으며 곤경에 처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백종원 대표가 있다. 외식업 성공의 상징적 인물인 그는 자영업자에게는 경영 컨설턴트로, 대중에게는 간단하고 쉬운 요리법과 식재료 활용법을 알려주는 친근한 요리 선생님으로 맹활약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여러 악재에 방송 갑질 논란 등이 더해져 그간의 공로가 물거품이 될 처지다.
기업과 동일시되는 경영자·오너
리스크도, 브랜드도 될 수 있어
시대 초월한 공감 얻는 게 관건
경영자의 실수나 잘못, 스캔들의 여파는 개인의 오명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경영자 개인 브랜드가 기업과 강하게 연관될수록 영향은 더욱 커진다. 백종원 대표는 스타 CEO로 관심의 대상인 데다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여러 브랜드의 이름이나 로고에는 대표가 연상되는 요인이 다수 포함됐다. 더본코리아 주가는 급락했고 매출이 부진해져 폐점하는 가맹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경영자의 인기가 높아지면 기업은 덕을 보지만 오류가 발생하면 그만큼 실망이 크고 공분의 대상이 된다.
머스크 정치 행보, 테슬라 브랜드 훼손

테슬라도 경영자와 기업이 끈끈하게 연결된 사례로 꼽힌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의 현실판으로 여겨질 정도로 괴짜 천재 같은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는 테슬라 브랜드에 그대로 투영된다. 머스크는 전통적인 마케팅을 싫어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2024년에는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신설한 광고 담당 부서를 1년도 안 돼 폐지하고 마케팅 인력 대다수를 해고했다. CEO의 강한 개성과 매력으로 테슬라는 마케팅 없이도 많은 마니아를 확보했지만, 그만큼 개인에 대한 기업 브랜드의 의존도가 높다. JP모건은 최근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등에서 보였던 정치 행보가 테슬라 브랜드를 훼손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버리 CEO는 애플을 어떻게 바꿨나

개인과 기업의 브랜드 동일시 효과는 창업가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경우 극대화된다. 뛰어난 요리, 인테리어 실력으로 살림의 여왕이라 불렸던 마사 스튜어트가 설립한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는 스튜어트의 주식 내부자 거래 사건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모든 사업이 정지되는 존폐위기에 몰렸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라이브스타인(David Reibstein) 교수는 제품과 서비스에 경영자의 취향이 드러날수록 개인의 오명이 기업 브랜드로 전이되는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한다.
경영자·오너 리스크가 주목받곤 하지만, 전문성과 인간적 매력을 지닌 CEO 브랜드는 소비자 신뢰와 기업 가치 상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013년 애플은 안젤라 아렌츠 버버리 CEO를 소매유통 총괄로 영입해 화제를 낳았다. 아렌츠가 버버리에 부임했던 당시 업계에서는 미국 중부의 중산층 출신에게 유서 깊은 영국 명품 기업을 맡기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버버리를 젊고 활기찬 브랜드로 변신시키며 명품·젊음·도전의 이미지를 갖춘 아렌츠는 애플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애플 스토어를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체험 공간으로 만들며 기대에 부응했다.
CEO 브랜드는 위기 상황에서 긴급 처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뛰어난 경영자는 물러난 후에도 문제 해결자로 소환되어 개인 브랜드의 효력을 발휘한다. 2023년 실적 악화에 빠진 디즈니·스타벅스는 과거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 CEO 밥 아이거, 하워드 슐츠를 재선임한다는 소식만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1997년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에 혁신을 상징하는 스티브 잡스의 복귀 뉴스는 기업의 운명이 급반전되는 계기가 됐다. 실력을 검증받은 경영자의 퍼스널 브랜드는 투자자와 소비자의 기대를 높이는 후광효과를 가진다.
창업주 기려 매장 리뉴얼한 맥도날드

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성공 신화를 쓴 경영인의 발자취는 브랜드 헤리티지의 핵심 요소이자 지속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꿔라’와 같은 어록은 어떠한 브랜드 슬로건, 광고 문구보다 더 큰 위력을 가진다. 2022년 현대자동차는 호주 시장에서 포니로부터 아이오닉5로 이어진 선대회장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Have You Tried It?’ 광고를 제작해 이목을 끌었다.
2015년 창립 60주년을 맞은 맥도날드는 창업주 레이 크록을 기리는 ‘프로젝트 레이(Project Ray)’에 착수했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인수한 햄버거 가게의 운영 시스템을 정교화해 글로벌 프랜차이즈 모델의 근간을 만든 인물이다. 세계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같은 품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한 경영 방식은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 가맹점 관리의 단순함에서 비롯된다. 프로젝트는 단순성을 추구한 레이 크록의 철학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해석해 젊은 세대에게 더욱 매력적인 브랜드로 다가가겠다는 데 목적을 둔다.

프로젝트 레이의 콘셉트는 홍콩 애드미럴티역을 비롯해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뉴욕 타임스퀘어, 시드니 국제공항 등의 플래그십 매장에 적용됐다.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콘크리트 등을 사용한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 디자인이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준다. 2024년 공개된 부다페스트 뉴가티역 지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란 평가를 받는다. 2025년에는 70주년을 기념하며 애드미럴티역 매장을 리뉴얼했는데, 레이 크록의 정신과 미래를 융합한다는 의미로 ‘레이네상스(Ray-Naissance)’란 용어가 쓰이기도 했다.
개인의 사사로운 행동까지 주목받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경영자의 이미지·평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경영자는 그 자체가 기업의 핵심 브랜드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가는 선지자적 지혜와 모험 정신, 독특한 개성과 다채로운 인생사가 응축된 브랜드가 되어 기업 고유의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한순간의 인기몰이를 넘어 시대를 초월해 내부 구성원과 소비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때 CEO 브랜드는 빛을 발하며 기업의 헤리티지로 자리 잡는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