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좌우명은" "유튜브 vs 레고"...신임 행장 4인방 '이색 키워드'

2025-01-07

[FETV=권지현 기자] "오늘날 '유튜브'는 장난감 회사 '레고'의 경계대상 1호가 됐고, 세계 가전시장의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손을 잡는 것처럼 '적과의 동침 사례'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올해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4곳이 은행장을 새로 맞았다. 표현은 달랐지만, 신임 행장들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미래 가치 창출 능력을 확보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리는 '새 은행'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이환주 "아인슈타인에 따르면"...이호성 "월 2회 직접 강의"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취임 메시지에서 유튜브의 부상이 레고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말로 주의를 환기했다. 여기에는 정통 '오프라인 강자'도 언제든 '온라인 신예'에 뒤처질 수 있다는 현실 판단이 자리해 있다. 예년과 같은 성장세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늘의 자리를 직시하고 혁신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손끝 하나로 금융회사를 힘들이지 않고 갈아탈 수 있는 시대라면서, 임직원들에게 '대마불사'를 늘 의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 행장은 '어제의 방식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승리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업의 경계를 허물어 고객을 확보하는 등 각 사업의 목적과 수단을 재정의, 재설계해 '생존력'을 끌어올리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임직원 모두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는 마음으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신임 행장으로서 자신이 바라는 조직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하나은행 이호성 신임 행장은 금융권 CEO 중에서 유일하게 좌우명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좌우명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과 물이 길을 막아도 길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를 소개하며, 어떠한 난관에 처하더라도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공 이정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행장도 도태되지 않는 노력을 강조했다. 그 자신이 하나카드 대표 시절 연회비 관리 전략, 플랫폼 혁신 등 새 먹거리를 발굴해 수익구조 체질 개선을 이뤄낸 저력이 있다. 이 행장은 특히 임직원들에게 고객 중심 영업마인드와 자신감을 당부했다. '열정맨'으로 유명한 그는 은행 그룹장 시절 영업 노하우와 리더십에 관한 강의를 50여 차례에 진행한 경험을 살려, 행장 취임 후에도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월 2회 직접 강의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주목을 받았다.

◇정진완 "상대평가 더는 안돼"...강태영 "디지털 1등 하겠다"

지난해 마지막 날 우리은행 수장에 오른 정진완 행장은 "성과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과감하게 바꿔 지나친 경쟁은 지양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모았다. 올해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전력 투구' '총력' '절실' 단어가 잇따랐던 금융권 새해 포부에 '지나친 경쟁 지양'을 선언, 자신만의 새로운 경영 기조를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우리은행에서 대규모의 금융사고가 연이어 적발돼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데다 1년 6개월 만에 새 행장을 맞는 등 리더십에도 큰 변화가 생기자 취임 초기 '조직 돌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행장은 임직원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겠다면서 "직원들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고객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젊고 역동적인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역설했다.

역시 지난해 금융사고들로 몸살을 앓았던 NH농협은행의 강태영 신임 행장도 '금융사고 제로화'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협만의 자부심을 힘줘 말하며 임직원의 영업 동력을 부추겼다. 강 행장은 농협은행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농업인과 고객의 삶에 깊이 스며든 민족은행"이라며 "농협의 비전인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구현을 통해 본연의 정체성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디지털 리딩뱅크' 목표를 내건 점도 눈에 띈다. 강 행장은 오픈이노베이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는 맞춤형 서비스를, 조직에게는 업무 자동화를 제공해 효율성과 혁신성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디지털 전문 인력을 확대 양성하고 관련 투자도 과감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취임사에서 그는 '디지털'을 총 5번 언급하며 '디지털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했는데, 신임 수장 4명 중 디지털 부문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밝힌 은행장은 강 행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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