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고정밀지도 반출을 압박하는 가운데 공간정보 산업계가 구글 측 논리를 담은 논문에 대해 정밀검증에 나선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구글이 좌표값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위성 지도 결합시 보안 우려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글이 끝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는데에는 법인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공간정보학회는 최근 이호석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연구원과 곽정호 호서대 교수가 한국정보통신설비학회 하계학술대회 논문집에 발표한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이 첨단산업의 경제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밀 검증에 나선다. 해당 논문에서 주장한 근거들이 한국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고 보고, 정량적으로 평가해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해당 논문은 고정밀지도 반출의 긍정 효과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사장은 지난 9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논문을 인용했다. 플랫폼 업계는 구글 측 주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논문으로 평가한다.
연구진은 해당 논문에서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산업조사'를 인용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약 18조4600억원 누적 매출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공간 정보 산업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2.49%, 고용 성장률은 6.2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공간정보 전문가는 논문에 담긴 내용을 표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안종욱 안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는 연구진이 해당 논문에서 반출 허용 시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각각 12.49%, 6.25%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해당 수치는 3개 리서치사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연구 결과를 단순 대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공간정보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지도 데이터를 개방한 국가들의 공간정보산업 연평균 성장률이 아니며, 세계 공간정보 관련 산업 또는 시장 연평균 성장률 예측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터너 부사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 '반쪽자리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터너 부사장은 이날 한국 지도의 좌표 정보를 노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구글이 보안시설의 좌표값을 노출하지 않더라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보안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자체 위성 또는 외부로부터 구매해 구글 어스 등에 위성 지도를 노출하는데, 여기에는 좌표값을 포함한 다양한 메타 데이터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를 국토지리정보원이 보유한 1대5000 고정밀지도와 결합하면 안보 시설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우리 정부가 고정밀지도 반출시 요구한 △중요시설 위장·블러처리 △국내 제작 항공·위성사진 활용 △국내에 서버 설치 중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는 것'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에서 법인세를 최소한으로 납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것과 해외 서버와 프로세싱 연동이 기술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님에도 한사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는 법인세 회피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