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역사교육단체인 ‘리박스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리박스쿨의 손효숙 대표는 늘봄학교 진출을 위해 조직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다. 손씨가 설립한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이 인천 등지에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교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 지역 10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관여한 ‘한국늘봄교육연합회’와는 다른 별개 조직이다. 리박스쿨은 대입 컨설팅회사와 결연해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전광훈 목사 며느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리박스쿨과 손씨의 활동상이 소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손씨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공개되고, 국민의힘 관계자나 극우 인사들이 손씨와 한몸처럼 움직인 정황도 추가 제기됐다.
우체국 근무 경력이 전부인 손씨가 교육 전문가로 광폭 행보를 하며 공교육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그동안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대선을 앞두고 파문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2일 손씨를 교육정책자문위원에서 해촉했지만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교육부 대변인은 “손씨는 자문위원 활동을 두드러지게 하지 않았고 최근 관련 워크숍에 참석한 정도”라고 했는데,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손씨는 지난해 초 윤석열 정부가 늘봄학교 도입을 갑작스럽게 1년 앞당겨 일선 교사들의 우려와 반발이 제기된 시점에 ‘함께행복교육봉사단’이라는 늘봄학교 지지 단체를 설립했다.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손씨를 정책자문위원으로 임명한 것이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 리박스쿨이 국내 최고 권위의 초등교사 양성 기관인 서울교대와 결연을 맺게 된 과정부터 의문투성이다. 리박스쿨이 ‘창의체험 활동지도사’라는 민간 자격증 발급 자격을 누리게 된 경위도 베일에 싸여 있다.
올해 1조8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통합한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이다. 이쯤 되면 극우단체에 돈줄을 대주고, 미래세대에 편향된 역사관을 심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 부총리는 리박스쿨을 어디까지 알고 이 사업에 관여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선다. 리박스쿨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