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완성의 마지막 단추는 대기업 투자

2024-07-04

‘연중기획 혁신창업의 길’의 올해 주제는 ‘스타트업 생태계 속 대기업의 역할’입니다. 오는 9월 서울대에서 열릴 ‘2024 혁신창업 대한민국 국제심포지엄’도 국내 및 글로벌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제로 다룰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매달 열리는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SNK) 포럼’ 역시 스타트업 및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혁신창업의 길’ 이번 차례는 그간 SNK포럼에서 논의됐던 스타트업 생태계와 CVC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편집자 주〉

‘○○스타트업 인수에 10억 달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나 들을 수 있는 뉴스다. 국내 스타트업계 현실은 ‘소박’하다. 10억 달러가 아니라 1억 달러 투자 뉴스도 들을까 말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여했다가 국내 대기업에 기술 탈취를 당했다’는 소리까지 한때 들려왔다.

대기업 1조 투자 벤처기업 생길까

하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머잖아 국내 대기업이 국내 딥테크(deep-tech) 벤처기업에 1조원 이상 투자하는 사례가 생길지 모른다. 어디냐고? ‘휴보 아빠’ 오준호 KAIST 교수가 창업한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다. 2011년 설립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창업 10년만인 2021년 2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지난해 초에는 삼성전자가 유상증자 참여와 대주주 지분 매입 방식으로 총 870억원을 투자해 지분 14.83%를 확보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2029년 3월까지 오준호 교수 등 특정 대주주의 지분 상당 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계약까지 했다.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59.94%까지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경우 삼성전자의 총투자비용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교수가 연구·개발(R&D)한 혁신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지고, 기업이 성장한 뒤 대기업에 인수돼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하는 모범사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 2023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3) 행사장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신성장 동력 중 하나가 로봇 사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공위성 제조기업 쎄트렉아이도 유사한 사례다.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1992년)를 만든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그 모태다. 1999년 인공위성연구소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한 쎄트렉아이는 2008년 코스닥에 상장되고, 2021년 1월 한화그룹 계열사로 변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89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30%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쎄트렉아이는 자체 기술로 소형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국내 첫 기업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 인공위성 완성체를 수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쎄트렉아이 인수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발사체 기술도 이전받는 방식으로 한국판 ‘스페이스X’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로 신성장 동력 확보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스타트업 생태계 완성을 위한 마지막 단추다. 특히 연구개발에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드는 딥테크 스타트업계로선 더욱 그렇다. 스타트업이 대규모 자본 유치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초기 투자자들은 대기업의 투자 참여를 통해 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대기업으로서도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방형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을 보는 대기업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는 걸까. 그간 미국 등 외국을 돌면서 신성장 동력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에 몰두해오던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계열사 CVC(기업형 벤처캐피털·Corporate Venture Capital)를 통해 투자하거나, 레인보우로보틱스·쎄트렉아이에서 보듯이 주력기업이 직접 투자해 경영권 인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역차별 해소

계기가 있다. 2021년 12월 일반지주회사 체제 내 CVC 설립을 허용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서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지주회사 체제의 스타트업 투자 규제를 풀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어려워진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높인다는 명분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규제 때문에 일반지주회사 체제에서는 금융회사의 일종인 CVC를 설립할 수 없었다. 2022년 7월 GS그룹이 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가진 GS벤처스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대기업 CVC 설립이 이어졌다. 지난해 8월에는 포스코그룹의 CVC인 포스코기술투자를 의장사로 해 대기업 14개사와 중견기업 계열 16개사, 중소기업 계열 12개사가 참여하는 ‘CVC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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