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인력 확보’와 ‘농지 규모화’는 농업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핵심과제지만, 해결은 점차 요원해지고 있다. 두 난제를 관통하는 중심에 ‘농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농지를 확보하고 집적하지 않으면 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농가가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2014년 9947가구에서 지난해 4601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70대 이상 농가는 44만4910가구에서 49만4710가구로 10% 이상 늘었다.
농지 규모화도 후퇴하고 있다. 경지면적 0.5㏊ 미만 농가 비율은 2014년 42.0%에서 지난해 52.9%로 급증했다. 이 기간 3.0㏊ 이상∼5.0㏊ 미만 농가 비율은 4.8%에서 3.6%로, 5.0㏊ 이상 농가는 3.9%에서 3.4%로 줄었다.
청년농들은 영농 초기부터 ‘농지 확보’의 벽에 부딪힌다. 경북 문경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청년농 A씨(34)는 “농지은행을 통한 농지 매입 자체가 어렵다”며 “매물이 적을뿐더러 드물게 매물이 나와도 이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김다솜(30)씨는 “타지에서 귀농한 청년은 농지 가격이 적절한지, 매물이 농사에 적합한지 알기 어렵다”며 “청년농 사이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나 땅 주인을 잘 만나야 정착을 할 수 있다는 조언이 오간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에서 양질의 농지가 거래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주민들이 농지은행 매물은 피하라고 할 정도”라면서 “농지은행에서 농사짓기 어려운 땅을 사서 1년 고생한 끝에 탈농한 청년도 있다”고 전했다.
농지문제는 영농 규모화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가 농지이용증진사업을 추진하고, 문경의 늘봄영농조합법인 같은 공동영농 모델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업 확장성엔 여전히 의문이 뒤따른다. 소유자·경작자 불일치, 부재지주와 상속문제 등이 배경에 있다. 공동영농에 나선 농가들은 인근 농지들의 복잡한 권리 관계를 파악하고자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등 알음알음 조사해가며 농지를 긁어 모으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농지 확보부터 정착까지 단계적인 청년농 육성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진호 한국4-H청년농업인연합회장은 “현재 청년농 육성제도는 다른 생업을 그만둬야만 참여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며 “초기에는 겸직과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농업·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정착을 유도하는 점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신규 취농자가 2년간 재배기술을 배우고, 지역을 탐색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 실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농을 위한 ‘농업특구’ 도입도 중장기적인 대안으로 언급된다. 김기환 NH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일정 규모의 농지를 규모화해 단지나 특구를 조성하고, 기성농으로부터 농업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는 육성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농지 규모화 사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영세농들이 (법인 등의) 농지이용증진사업을 위해 농지를 임대할 경우에도 직불금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