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5일 수도권 주택 관련 공약을 처음 공개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문턱 완화, 4기 신도시 개발 등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핵심이었고, 지난 대선 당시 공약했던 기본주택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들은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 부동산 공약의 방점이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찍힌다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도권 공약을 공개하며 “서울의 노후 도심은 재개발·재건축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통이 편리한 제4기 스마트 신도시 개발을 준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쾌적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시민사회는 이 후보 공약을 두고 “윤석열 정부·국민의힘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을 내놨다. 2022년 대선에서 이 후보가 공약했던 기본주택 등 서민을 위한 주거 지원책은 보이지 않고, 그간 윤석열 정부·국민의힘이 주력해온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앞세웠기 때문이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은 결국 집값을 띄워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후보는 경기 부양에만 초점을 맞춰 기본주택 등 기존 공약들까지 도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도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부자 편을 드는 정책만 내놓고 있어 서민 주거 정책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미 실패로 끝났는데 이를 답습하겠다는 것”이라며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는 결국 지방 공동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4기 신도시 공약 역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민생연석회의의 자문도 맡고 있는 최 소장은 “이 후보 캠프 내에서 (주택) 공급론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촉구해온 업계·시장은 다른 이유로 이 후보의 공약에 불만을 드러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가 포함되지 않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시그널’로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에서 반시장적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가장 상징적인 정책인 재초환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초과 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로, 윤 정부가 폐지를 추진했으나 야권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아직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부터 용적률 상향 등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예고된 행보”라면서 “앞으로 주거 복지 분야에서 어떤 공약이 나올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