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호재에도 수출 농산물 ‘속빈 강정’

2025-01-02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수출업계가 반짝 특수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실제 신선농산물 수출은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말연시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엔 장중 한때 1480원을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에 제품을 팔 때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나 수출기업엔 호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전례 없는 이상기상에 따른 농작물 작황 부진으로 수출물량이 예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여 상당수 수출농가들은 축배를 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배가 대표적이다. 햇볕데임(일소)·열매터짐(열과) 등 지난해 수확기 때 발생한 폭염 피해 여파로 전국 주요 배 수출단지는 수출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길동 한국배수출연합 대표는 “일반적으로 햇배 수출은 이듬해 4∼5월까지 이뤄지나 지난해엔 물량 부족으로 조기에 종료됐다”면서 “환율이 뛴 것은 호재지만 수출할 배가 없으니 강달러 호재는 남의 얘기”라고 말했다.

김원영 충남 천안배원예농협 상무는 “1월초 40피트짜리 컨테이너 10대분 물량을 미국에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2024년산 배 수출은 끝날 전망”이라며 “천안배원협의 2024년산 배 수출물량은 2200t으로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 같다”고 밝혔다.

수출 효자 품목인 딸기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딸기 수출통합조직인 ‘케이베리’ 관계자는 “예년엔 11월 중순 수출이 개시됐지만 지난해엔 작황 부진으로 12월 상순에서야 본격화했다”면서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수출물량이 27∼28% 감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영재 경남 진주수곡농협 과장은 “고온 피해 영향으로 출하 시기가 10일 이상 뒤로 밀린 데다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딸기 주력 수출시장이 싱가포르·홍콩인 것도 달러화 강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수출업체인 ‘에버굿’의 최형수 전무는 “지난해 딸기 수출단가가 전년 대비 10∼20% 상승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 기준으로 종전 일본산의 70% 수준이던 한국산 딸기 가격이 90%로 치솟았다”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내수 경기가 위축돼 소비가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격 협상을 상대적으로 일찍 하고 운임비가 많이 들어가는 수출시장 자체의 특성도 환율 호재를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강금란 한국무수출 사무국장은 “겨울무는 수출물량의 90% 이상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으나 선적 2∼4주 앞서 단가 협상을 하는 시장 특성상 지난해 12월 견적 때는 강달러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환율 흐름이 이어진다면 수출에 유리할 수 있겠으나 겨울무 작황 부진에 따른 물량 부족으로 수출 실적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신선농산물은 대부분 선박수출인데 지난해 들어 해상운임비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면서 “여기에 환율까지 올라버리니 채산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함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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