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선 건조계약 늘리는 조선업계…'탈탄소' 행보로 보기 어려운 이유

2024-10-08

국내 조선 3사, LNG 운반선 건조계약 늘려가는 추세

LNG, 탈탄소 과정 중간(bridge) 에너지원으로 수요 늘어

그러나 LNG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석유계 연료와 대동소이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 유지되면 조선업계 탈탄소 전환 지연될 우려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LNG 운반선 건조계약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LNG 자체를 친환경 연료로 취급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이미 LNG와 석유계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조선업계 탈탄소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최근 LNG 운반선을 비롯해 2조원 이상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일 아시아 지역 선사와 8814억원 규모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계약에는 아시아 선사와 LNG 벙커링선 1척에 대한 건조계약이 포함돼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같은 날 아시아 지역 선주와 6783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24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중 LNG 운반선이 21척으로 가장 많았다.

한화오션도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1척을 5454억원에 수주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이같이 국내 조선업계의 LNG 운반선 건조계약이 증가하는 이유는 글로벌 조선산업이 기존 선박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알려진 이른바 ‘친환경’ 선박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LNG 운반선 시장은 LNG가 기존 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이른바 ‘중간(bridge) 연료’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저탄소 연료로 알려진 LNG는 사실 기존의 석유계 연료와 비슷한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비영리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의 보고서 ‘해운 중간 대체 연료의 환경 리스크와 한중일 연료 활용 계획’에서는, “선박 연료의 전주기(WtW) 관점에서 LNG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석유계 연료 대비 약 83% 이상”이라며 “LNG를 저탄소 연료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 평가의 관점에는 선박 주유 원료의 연소·전환·사용만 따지는 TtW(Tank-to-Wake) 기준과 연료 생산 단계부터 선박의 최종 사용 단계까지 전 생애 주기 관점으로 배출량을 평가하는 WtW(Well-to-Wake) 기준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LNG의 경우 TtW 관점에서는 선박용 중유(HFO)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WtW 관점에서는 사실상 중유보다 더 높은 배출집약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개정된 국제해사기구(IMO) 온실가스 전략 등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배출 평가의 관점은 기존 TtW에서 WtW로 옮겨가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LNG 사용 과정에서 메탄이 누출될 수 있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80배 이상의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다.

또한 LNG 운반선, 터미널 등 LNG 관련 인프라가 한 번 생겨나면 장기간 지속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LNG 수요도 덩달아 유지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과학적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LNG 운반선 건조를 늘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추세는 LNG 운반선 공급망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국내 조선사들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기업 활동과 관련한 모든 간접 배출량, 즉 스코프3(Scope3) 배출량 등이 증가해 결국 조선업계 탈탄소 전환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기후솔루션 보고서에서는 “화석연료인 LNG 선박 건조 및 관련 벙커링 설비에 상당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필수인 상황에서, 현 시점에서의 지속적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실패와 더불어 무탄소 선박으로의 전환에 따른 좌초자산화를 중장기적으로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조선해양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중장기 LNG에 대한 수요 증가와 개발중인 LNG 프로젝트를 감안했을 때 연간 70척 수준의 LNG 운반선 신조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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