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 시멘트 수입 검토… 건축물 안전성 ‘비상’

2024-10-08

최근 정부가 건설 공사비 절감을 위해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면서 국내 시멘트 산업과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시멘트가 대거 유입될 경우 국내 시멘트 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며, 품질 문제와 함께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서 시멘트 수입 절차 간소화 및 비용 완화 지원 방침을 내놨다. 이는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간에서 중국산을 포함한 해외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데 따른 조치다.

시멘트는 전체 공사비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자재로, 최근 4년간 유연탄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시멘트 가격이 49.3% 상승하며 공사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는 시멘트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의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고 있다. 항만 내 저장시설 설치 절차를 단축하고 내륙 유통기지를 확보하는 등 물류비 부담을 줄이려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현실화되면 품질 문제와 국내 시멘트 산업의 어려움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해 원가 절감을 꾀할 수는 있지만, KS 인증과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품질 인증과 유통 과정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품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KS 인증은 물론 유통 과정도 수시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품질에 대한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산 시멘트에 대한 불신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 문제를 넘어선다. 국내에서는 이미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경계가 깊다. 2021년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를 비롯해 중국산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다. 최근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자재는 아파트 안정성에 직결된다. 특히,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시멘트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원가 절감만을 위해 품질이 의심되는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시멘트 산업은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6% 감소한 2274만 톤에 달하며, 출하량도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고는 15.6% 증가해 126만 톤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가 저가로 대량 유입되면 국내 시멘트 업계는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 악화는 필수적인 설비 투자를 저해하고, 탄소 감축을 위한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중국산 시멘트 수입 문제는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시멘트 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저가 중국산 시멘트가 시장을 점령하면 이러한 친환경 투자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시멘트 업계는 생산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의 유입은 정부의 탄소배출 감소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산 시멘트가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건설업계의 신뢰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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