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을 약속한 상호금융사(농협·새마을금고·신협·수협·산림조합)들이 연말까지 벌어지는 금융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부실이 느슨한 규제 때문이라고 보고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상호금융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40억원에 이른다. 규모가 제일 큰 농협이 18억8000만원(5건), 새마을금고는 10억8000만원(7건), 수협 1억3000만원(2건), 신협 1000만원(2건)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 6년 간을 살펴보면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업권에서 터진 금융 사고만 242건에 달한다. 사고 금액은 1500억원이 넘는다. 농협이 108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새마을금고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사고 68건, 피해 액수는 428억6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호금융의 사고는 계속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신협은 최근 개인신용정보 누출사건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벌을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 신협중앙회 지역본부 소속의 순회감독역이었던 A씨가 퇴직 후 단위신협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개인신용정보 1만8465건이 담긴 업무 관련 파일을 해당 조합의 직원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신협은 이를 금감원에 즉각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은 신협중앙회가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앙회는 업무용 PC에 고객 및 임직원이 개인정보를 암호화지 않고, 개인정보를 개별조합에 전송하면서 관련 승인절차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신협에 '기관경고'와 과징금 28억7200만원, 과태료 1억1360만원을 부과하고, 퇴직자를 포함해 신협중앙회 직원 6명에 대해서도 면직, 정직 등의 징계 조치를 권고했다.
지난 11일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9월 정기검사 과정에서 경북 지역 금고에서 직원의 수억 원 규모 횡령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중앙회는 이달 초 A금고 이사장과 해당 직원에게 각각 직무정지와 징계면직 처분 및 경찰 고발 조치했으며, 관련 담당자에도 정직과 감봉 처분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여러 고객을 상대로 고객명의 체크카드를 임의로 발급해 예금을 빼돌리고, 실행이 완료된 대출 건에 대해 고객 동의 없이 대출금액을 늘린 후 증액된 금액을 자기 계좌로 옮기는 수법을 활용했다.
금융당국은 개별 단위조합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상호금융업권 금융사고의 핵심이라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상호금융의 '동일업무-동일규제' 필요성이 커졌다며 "현재 자산규모를 고려할 때, 신속하게 리스크 관리역량과 자금운용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당국은 최근 올해 두 번째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상호금융사들의 경영유의조치 비율과 각종 규제를 일반 금융사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총자산 1조원 이상인 대규모 조합에는 스트레스테스트를 도입하는 등 은행 수준을 관리받게 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간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상호금융업권의 건전한 발전과 체계적인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업권내, 그리고 업권간 차이로 인한 규제 차익이나 공백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