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100엔당 980원에 육박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8월의 엔화 환율을 훌쩍 넘어서는 강세를 나타냈다. 원·엔 환율 레벨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바, 그 원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내적인 요인으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3%를 넘어서고 있고, 식품 가격까지 포함할 경우 4.0%에 달한다. 한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0%인 점을 보면 전년 대비 상승률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의 나라 일본이 겪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심각한데, 물가 상승 중 상당히 큰 부분이 식품 가격, 특히 쌀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은 부자보다 서민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곤 하는데, 특히 일본인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쌀 가격이 오르고 있기에 일본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현재의 물가 상승세를 좌시할 수 없다.
아울러 현재 일본의 물가는 2022년 하반기 이후 3년 가까이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0%를 넘어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넘어선다면 과거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되었던 것처럼 향후에 되레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엔 약세를 제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본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이는 엔화 강세로 직결되는 요인이다.
이제 대외요인을 살펴보자. 우선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관세 부과 및 공무원 구조조정 등이 되레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관세 부과는 다른 국가의 부담을 높이게 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는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뚜렷해지며 달러 강세 기조를 강화한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부담이 있기에 미국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미국은 금리에서는 고금리, 환율에서는 강달러라는 조합을 택하게 된다. 이 조합이 중장기 이어졌을 때 고금리는 소비에, 강달러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는 미국의 국채 금리 하락 요인이 되는데,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대외요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은 동맹국, 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순차적으로 전 품목에 대해 과세하는 보편 관세를 고려하고 있으며, 불법 이민과 마약 밀수 등으로 직접적 타격을 주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보편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나섰다.
또한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 보호 차원에서 해당 산업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보편 관세에 더해지는 개념인지라 관세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가 언급되는데 문제는 상호 관세 중 ‘비관세 장벽’이다. 과도한 통화 약세를 통해 대미 수출에 우위를 점하는 행위 등도 관세율로 환산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고 한다.
일본은 2012년 하반기부터 아베노믹스의 영향하에 빠르게 엔 약세를 이어온 바 있으며 이에 트럼프는 지난주 한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을 가리켜 통화 절하로 미국에 피해를 주는 만큼 관세 부과를 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엔 약세가 과도하게 진행되면, 그만큼이 상호 관세를 통해 고율 관세로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대내적으로는 지속적으로 고공비행하는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 대외적으로는 미·일 금리 차 축소와 상호 관세에서 고려하는 비관세 장벽도 아울러서 감안해야 한다. 엔 강세 압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로 정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