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의 엔진이 과거 사고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탓에 사고기 엔진이 고장났다는 추정이 우세했으나 엔진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엔진에 문제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국토부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12·29 여객기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에 장착된 프랑스산 엔진 CFM56-7B가 사고를 일으킨 사례가 많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베트남발 인천공항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전 엔진 점검 표시 등에 경고등이 뜬 탓에 운항이 취소된 사례를 들며 “해당 여객기는 사고기와 동일한 기종과 엔진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2022년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조류 충돌을 이유로 회항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독일 수리처에 확인한 결과 조류 충돌이 아니었다”며 “제작 단계에서 엔진 결함이 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사고 조사 과정에서 엔진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엔진 결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김 의원의 질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조류 충돌이 있다고 해서 엔진이 서는 것이 정상적이냐”는 질의에도 “합리적인 의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역시 특정 원인을 전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사고 원인과 무관하게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예방 체계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무안공항은 2020년부터 매년 항공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조류를 조사했는데 정작 사고기와 부딪힌 가창오리가 위험 조류 목록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관련 보고서를 공개한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김해공항 인근에도 가창오리가 집단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문제를 정부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가창오리는 한반도 서남부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다. 한 번에 수만~수십만 마리가 군집비행하기 때문에 항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