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2025-09-11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예전부터 흔히 하는 인사말이다. 상대의 편안함과 안전을 묻는 일상적인 말이지만 의미심장하다. 저녁 동안 죽지 않고 무사했는지 확인하는 뜻이 내포돼 있어서다. 자식이 부모에게 묻는 경우 부모님의 컨디션과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연령별 권장 수면시간은 신생아(0~3개월)가 14~17시간으로 가장 길다. 성인이 될수록 점점 짧아져 65세 이상 노인은 7∼8시간이다. 그런데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부족하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셈이다.

더욱이 노인들은 밤낮이 바뀌는 등 숙면(熟眠)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찍 깨고 낮에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일찌기 중국 남송의 문인 주필대(周必大 1126-1204)는 ‘이로당시화(二老堂詩話)’에서 밤잠을 자지 않고 낮잠을 자는 것(夜不睡日睡)을 노인에게 나타나는 10가지 형태(老人十拗) 중 하나로 꼽았다. 우리나라 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도 성호사설(星湖僅說)에서 대낮에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것을 노인의 열가지 좌절 중 하나로 들었다.

노화는 인간의 수면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65세 이상 노인의 50% 가량이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불면증이나 일주기리듬 수면장애가 가장 흔하고 과면증(수면과다증)과 기면증(嗜眠症),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REM) 행동장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수면장애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높이고 몸속 염증반응을 악화시킨다. 만성염증은 노년기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치매 발병 위험율을 높인다. 원인은 복합적이나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근본적인 이유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86%가 6개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고 있어 약물 부작용도 수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노년기 건강한 수면을 위한 방법은 뭘까. 분당서울대병원 윤창호 교수는 9가지를 추천한다. ①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난다 ②불규칙하고 과도한 낮잠을 없앤다 ③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인다 ④낮에 적절한 활동과 운동으로 몸을 움직인다 ⑤자기 전에 자극요인(과식, 카페인, 음주, 흡연, TV시청, 휴대전화 사용)을 피한다 ⑥더운 물 목욕이나 명상, 스트레칭 등을 통해 몸을 이완한다 ⑦공복이 심하면 가벼운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⑧안락하고 따뜻한 침실을 만들고 소음을 차단한다 ⑨침실에서 시계를 감춘다 등이다.

수면의 질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잠은 밥이요 보약이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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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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