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우리은행(은행장 정진완)은 조직내 계파문화 청산을 위해 50여년 따로 운영된 한국상업은행 동우회·한일은행 동우회를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한다고 5일 밝혔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본점 대강당에서 창립 126주년 기념식 후 양 동우회 통합 MOU를 체결하고 빠른 시일내 조직통합을 완성하기로 했습니다.
동우회는 회원간 친목과 상호부조를 위한 퇴직 직원들의 자율적 모임입니다. 1970년대 만들어진 상업·한일 동우회는 1999년 양 은행 합병에도 각각 운영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에서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이 퇴직 후에는 출신은행별로 각자 다른 동우회에 가입했습니다.
은행 안팎에서 상업·한일 양 은행의 계파문화가 은행 전사적 통합과 발전의 저해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 구조적 배경입니다.
여기엔 우리은행의 오랜 전통만큼이나 지난한 부침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 1월 창립한 '대한천일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고종황제는 민족자본 육성을 통한 국가경제발전을 내세워 '하늘 아래 첫번째 은행'이라는 의미로 대한천일은행을 설립했습니다. 고종황제는 황실 운영자금을 자본금으로 편성해 은행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영친왕이 2대 은행장을 지냈습니다.
우리은행 경영진이 2012년부터 새해 첫날이면 고종·영친왕이 영면한 홍유릉(경기 남양주)을 찾아 참배하는 역사적 연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후 IMF외환위기 국면에서 1999년 1월 옛 상업은행과 옛 한일은행 합병으로 옛 한빛은행이 출범하고, 2001년 4월 설립된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2002년 5월 우리은행으로 은행명을 바꾸며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직간 물리적 결합이 구성원간 화학적 통합으로 시너지를 이뤘느냐를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 공존합니다.
상업은행·한일은행 합병이 30년 세월에 달하는데도 그간 경영진 인사철이면 양 은행 출신 인사가 서로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어김없이 파벌논란이 불거진 까닭입니다. 그 결과는 내부적으로 상업은행·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가며 우리은행장을 맡는 묵시적 합의 또는 불문율의 관행화였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3월 취임 직후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경영 어젠다로 제시했던 건 이 때문입니다.
임종룡 회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회장직속 '기업문화혁신TF'를 신설하는 한편 직접 역대 은행장들을 만나 전사적 통합을 위해선 계파문화 상징으로 여겨지는 동우회 통합이 절실하다며 설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1999년 합병 이후 입행한 통합세대의 퇴직시기가 다가오면서 동우회 통합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원로 은행장들도 우리은행이 고객신뢰를 되찾고 재도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후배들의 쇄신 노력에 퇴직 선배들도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계파문화 청산을 위한 전사적 인식개선을 목표로 윤리규범을 손질하고 모든 인사자료에서 출신은행 구분을 완전 삭제하는 등 임직원 융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