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찬섭 “앞뒤 안 맞는 국민연금 세대 착취론, 청년들만 더 내고 덜 받자는 것인가”

2025-04-28

“강화된 혜택은 기성세대부터 누리면서, 그로 인해 추가되는 부담은 또 다시 후세대의 몫이다. 이번 결정으로 세대 간 불균형은 더 커지게 됐다.”

지난 3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이뤄졌다.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현행 9%에서 13%까지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기준)에서 43%까지 늘어났다.

개혁안에 대한 여러 비판 중에서 가장 크게 부상한 것은 ‘세대 간 불평등’이었다. 여야 ‘3040’ 의원들 8명은 보험료 인상 부담을 젊은 세대에게 떠넘기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연금제도를 두고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다른 복지제도도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변화 앞에 놓여있다. 제도를 고쳐쓰는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은 예정된 흐름이다. 하지만 ‘폰지사기’라는 원색적인 비난 대신, 타당한 근거를 토대로 한 논쟁이 필요하다.

연금 개혁 방향에서 있어서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두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세대 간 불평등’을 비롯한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의 ‘소득보장’을 중시하는 대표적 학자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사이의 적정점을 고민해 온 그에게 ‘세대 착취론’은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은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 남 교수는 지난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대 착취론을 주장하며 청년 세대를 위해 연금을 삭감하자는 것은 결국 청년들만 더 내고, 덜 받자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불공평하다고 외치는 청년들이나 이에 편승한 정치인들 중 누구도 이를 깊게 고민해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두고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과 기성세대만 이득을 본다는 ‘불만’이 뒤섞인 것 같다. 우선, 불만 부분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을 아무리 올려도 소급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이미 퇴직한 기성세대는 불만 대상이 될 수 없다. 50세 이상만 혜택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들은 정년까지 남은 10여년 동안만 소득대체율 43%를 적용 받는다. 그 전 기간은 2007년 2차 개혁 당시 합의한 대로 매해 조금씩 낮아진 소득대체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25년에 이들은 소득대체율 41.5%를 적용받고 있다. 반면 2030세대는 연금개혁으로 앞으로 30~40년 동안 꾸준히 소득대체율 43%를 적용 받는다. 실제로 연금개혁 전후로 올해 50세인 1976년생과 20세인 2006년생의 총 연금액을 추산해봤다. 25년을 수령한다고 가정했을 때, 1976년생은 연금 개혁 전 총 연금액이 3억6157만원에서 개혁 후 3억6679만원으로 502만원 오른다. 10년만 오른 소득대체율 43%를 적용받은 결과다. 반면 2006년생은 연금 개혁 전 2억9319만원에서 개혁 후 3억1489만원으로 2170만원 상승한다. 40년 간 꾸준히 소득대체율 43%를 적용받은 결과다. 적어도 이번 연금개혁이 세대 간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기금이 고갈 돼 못 받는다는 불안도 유사하다. 이 논리대로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이미 연금제도를 포기했어야 한다. 막대한 기금 없이도 그해 걷은 보험료를 바로바로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국민연금을 가입하는 것이 손해라고 하는데.

“국민연금 수익비(투입 자본에 대한 수익 비율)가 1보다 높다. 누구든 본인이 낸 것보다 더 받는데 어떻게 손해인가. 게다가 국민연금은 ‘연금의 실질 가치’를 유지해 준다. 즉, 퇴직하고 받는 연금액이 고정된 것이 아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서 같이 오른다. 손해라고 말할 수 없다.”

-사적 연금에 가입하거나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인데.

“말도 안된다. 사적연금 기금 수익률이 2021년 기준, 평균 3.86%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 평균 수익률은 6.08%였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더 오르면서 2024년 기준 연평균 수익률은 6.82%가 됐다. 게다가 국민연금 기금은 정책적으로 주식 및 채권에 일정비율을 분산 투자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국민연금 기금이 손실을 보고 무너진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이미 무너졌다는 의미와 같다. 실제로 외환위기나 세계적 금융위기 때 일시적 손실을 제외하면 장기적 손실이 나지 않았다. 본인이 알아서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축을 안해도 되는 사람만 저축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압도적 다수는 강제저축을 하지 않으면 노후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납부액을 돌려주고, 그냥 해체해 버리면 안되나.

“그 말은 노인빈곤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같다. 국민연금 설립 전 세대인 76세 이상의 후기노인 빈곤율이 2023년 기준 54.6%에 달한다. 반면, 국민연금 설립 후 세대인 66~75세의 전기노인 빈곤율은 29.4%다. 국민연금을 없애면 노인 빈곤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의 본질은 세대 간 부양이 아닌 사회적 부양이다. 마치 젊은 사람이 돈을 내서 나이 많은 사람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본질은 한 사회가 생산한 산출물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것이 공적연금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형식이지만 그 부모도 사실 사회가 생산해낸 산출물의 일부를 자녀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다. 이것이 유럽 국가들이 공적연금에 세금을 투입하는 이유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기업들도 돈을 내고 있지 않나.

“사실, 국민연금이 부실해지면 가장 부담을 느낄 것이 산업자본이다. 직원들의 노후보장이 안되면 노조는 기업에게 노후 보장을 더욱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본인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은 선에서 국가가 노동자들에 대한 노후 보장을 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 금융자본은 국민연금을 해체하는 것을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 기금을 공단에서 전부 운용하는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약 1200조다. 이중 절반은 국민연금 공단이 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28개 금융사에 위탁해서 운용한다. 금융자본 입장에선 홍보비나 광고비를 안 써도 저절로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들에게 2020~2023년 동안 지불한 운용 수수료가 약 9조원이다. 실제로 28개 금융사가 각각 받고 있는 수수료와 수익률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지금껏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선 국민연금 기금은 하늘에서 떨어진 황금알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세대 간 불평등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따지고 보면 계층 간 유불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민연금은 오래 가입할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연금 가입 기간은 곧 노동 시장에서의 계층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즉, 가입기간이 길다는 것은 안정적인 고용 상태에 오래 있었다는 것이다. 같은해에 태어난 젊은 세대라도 나보다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 친구가 노후에 국민연금으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소득대체율이 더 높다. 그런데 누구도 이 문제는 지적하지 않으면서 세대 간 문제로만 몰고 간다. 일부 정치권이 가세하며 더욱 심각해졌다.”

-‘납부기간 99개월 동안 총 657만원 정도를 내고 1억1846만원을 수령했다’는 사진을 정치권이 공유하며 화제가 됐다.

“그건 특례노령연금 사례다. 1988년 국민연금을 시행했을 당시 15년을 최소가입기간으로 정했다. 당시 이미 45세를 넘긴 사람들은 가입기간을 채울 수 없었다. 이 사람들에 한정해서 5년 이상만 가입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5년을 가입하면 20년 가입하고 받는 연금(완전노령연금)의 1/4을 지급했다. 가입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5%씩 연금액을 증액해 지급했다. 그런데 특례노령연금 수급자는 111만 6천명으로 노령연금 총수급자 592만2000명의 18.8% 수준이다. 또 특례노령연금 수급자들의 평균급여액은 24만7000원이다. 노후최소생활비 136만1000원의 18.1%에 불과하다. 화제가 된 사진의 가입자는 2001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받은 돈을 월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40만원 정도로 특례노령연금 평균금액보다 높다. 이런 예외적 사례도 있지만 반대로 일찍 사망해 돈만 내고 연금을 많이 받지 못한 사례도 존재한다. 일반적인 특례노령연금 수급자들은 노후최소생활비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특수한 사례로 세대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기금이 소진돼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나.

“기금은 공적연금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다. 실제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나라들 중 우리처럼 거대한 기금을 가진 나라가 없다. 우리는 기그미 국내총새산(GDP) 대비 47%로 세계 최대이고 핀란드, 일본이 GDP 대비 33%, 스웨덴이 31%, 미국이 13% 정도다. 대부분의 나라는 기금이 없거나 매우 작은 규모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기금 규모가 연금지급의 결정적 요소라면 기금이 GDP의 1.2%인 독일은 보험료율이 18.6%인 반면 기금이 GDP의 33%인 핀란드는 보험료율이 24%나 되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기금이 연금제도 운영의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다. OECD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연금제도를 ‘부과식’으로 운영하면서 동시에 국고투입을 하고 있다. 조세는 40대 이상 및 고소득층이 훨씬 많이 내기 때문에 우리도 국고를 투입하면 그 자체로 세대간 차등지원과 계층간 차등지원이 실현될 수 있다.”

-기금 소진 후 연금을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보험료율이 35%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언론에선 인구 고령화가 영원히 진행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보고서에서 전망한 인구구조를 보면 2050년까지는 인구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그 이후로는 속도가 현저히 감소한다. 2080년이 되면 노인인구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다. 이는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기에 기금이 집중적으로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반드시 대규모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점은 2071년(기금 수익률 5.5% 가정)까지 연장됐다. 조금만 더 손을 봐서 2080년까지만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부과식으로 전환해도 보험료율이 치솟을 일은 없다. 보험료 35%는 현재처럼 국민연금 보험료를 근로소득에만 부과할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지출에 충당할 재원 기반을 넓히고, 기금을 적절히 관리하면 보험료율이 그렇게 높아질 이유가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깎자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소득대체율 43%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40년 가입을 가정한 국내기준으로 볼 때나 43%지, EU(유럽연합) 국가들의 실 평균가입기간인 36년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실질소득대체율은 38.7%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렸을 때에야 겨우 2024년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노후최소생활비 136만1000원에 가까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말하는 청년들이 불리하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청년들이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덜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청년들이 덜 내야 한다는 것인가, 더 내야 한다는 것인가. 누구도 이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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