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지관리 기본방침’에 거는 기대와 당부

2025-02-25

“이제 드러내놓고 농지 규제 완화를 이야기해 나가겠습니다.” 연초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1996년 이후 ‘농지법’이 30년간 그대로 유지되면서 현실과 부조화스러운 게 있고 농지가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운용되고 있다는 견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농식품부는 연초 ‘2025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농지제도의 틀을 과감히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개정 ‘농지법’ 제47조에 따라 10년 단위의 ‘농지관리 기본방침’을 수립해야 하는 첫해다. 송 장관은 규제 완화방안에 대해 ▲농지 활용도 제고 ▲소유·임대차 규제 완화 ▲지방 자율권 확대 등 세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 농지제도의 틀을 ‘규제 완화’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너무 형식론에 치우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간의 농지제도 개선 시책의 대부분이 규제 완화라는 방향으로 운용돼왔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1994년 ‘농지법’ 제정부터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의 농지 관련 법률 5개, 즉 ‘농지개혁법’(1949년), ‘농지개혁사업에 관한 특별조치법’(1968년), ‘지력증진법’(1969년),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1972년), ‘농지임대차관리법’(1986년) 등을 묶은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국회와 정부는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선물 보따리’처럼 농지 소유·이용에 대한 제한 규정을 완화 내지 폐지해왔다.

지난 30년간의 농지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 대략 굵은 내용만 정리해보자. 1996년 농지 소재지와 거주지 간의 통작거리 제한을 폐지했고, 1999년에는 농지 임대차 기간 폐지와 함께 공장 설립 시 농지 전용 절차를 완화했다. 2003년에는 비농업인의 주말·체험 영농 목적 및 주식회사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를 허용했다. 2016년에는 농업진흥구역 내 허용시설 범위를 확대하고, 2018년에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의 규제를 풀었다.

그러다가 2021년에 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농지 투기 사태를 발단으로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의 주말·체험 영농 목적 취득을 제한하고, 불법행위 농지 처분명령을 강화했다. 2022년에는 농지 취득자격 증명 심사요건 강화, 지방자치단체 농지 이용 실태조사 정례화, 시·구·읍·면 농지위원회 설치 등 강화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 경험의 교훈은 한마디로 농지제도가 현실을 반영하려면 규제 완화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정당국이 농지 전용 민원을 어떻게 거부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농지관리의 중장기 목표와 기준이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농지관리 기본방침 수립의 의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농지관리 기본방침에는 농지관리에 관한 시책 방향을 비롯해 농지면적 현황 및 장래 예측, 관리해야 하는 농지의 목표 면적과 설정 기준 등을 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규정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앞으로 기본방침 수립 과정에서 관리 목표의 양적·질적 측면, 그리고 관리 수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병행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하기를 바란다.

특히 중요한 목표는 식량안보를 위해 보전해야 할 우량 농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농지는 한번 훼손되면 복구하기 어렵고, 비농업인의 소유가 되면 농민 소유로 되돌리기 어려우며, 비농업용지로 전용되면 경작지로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농지관리 기본방침을 통해 국민 모두가 농지를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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