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의 부당 지원과 편법 승계 의혹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혼맥으로 연결된 현대자동차그룹도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삼표그룹 내부의 경영 문제는 독립적인 사안이지만, 두 그룹의 혼인 관계와 과거 거래 내역이 주목받고 있다.
삼표그룹의 핵심 의혹은 삼표산업이 오너 일가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개인 회사인 에스피네이처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레미콘 원자재를 구매해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었다는 점이다.
당국은 정도원 회장의 장남 정대현 부회장의 승계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삼표그룹 본사를 포함한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삼표그룹은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하며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검찰 조사에 따라 사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까지 의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맏사위로, 두 그룹은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관련자’로 간주될 수 있는 혼인 관계에 있다.
2021년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면서 삼표그룹이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될 요건이 갖추어졌으나, 공정위는 두 그룹의 친족 독립 경영 신청을 승인하여 계열사 편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2022년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의 거래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현대제철은 삼표산업에 성수동 공장 부지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수동 부지를 조 단위의 가치로 보고 있다. 삼표산업은 현대제철로부터 이를 3,823억 원에 인수해 저평가된 가격으로 인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7년에는 삼표와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제철의 원자재 공급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 없이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사례도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삼표그룹과의 관계로 인해 불필요한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은 삼표그룹의 내부 경영 문제를 넘어 현대차그룹의 도덕성과 경영 투명성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논란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삼표그룹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헬로티 맹운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