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사 대표, 국감에서 "삼성 매출 안 끊으려 노력" 증언
알고보니 C사가 공급 거부...삼성도 라인가동 차질
업무상 대금 개인계좌 수취만으로도 횡령죄 될 수도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멕시코 이전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C사 대표가 먼저 삼성전자에 공급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에 설비구매를 유도한 뒤 개인계좌로 대금을 받으려 한 정황도 확보됐다.
C사 대표는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가 멕시코로 이전하는 바람에 협력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그는 "삼성전자의 매출 라인을 끊지 않기 위해 2금융 대출과 남편의 장애연금까지 회사에 넣었는데, 삼성전자가 우리 몰래 우리가 생산하는 모델에 대한 금형을 파고 자재를 중국에서 사오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20년 거래했지만 믿을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국회 문을 두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삼성전자가 아닌 C사가 직접 공급 거부를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C사에 발주를 안 넣어 관련 매출이 끊긴 것이 아니라, C사가 10월 하순에 삼성전자에 먼저 '더이상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는 것이다.
10월 하순 이후 삼성전자 및 광주지역 협력사들의 행보도 C사 대표의 국감 증언이 거짓이라는 쪽에 힘을 싣는다.
C사가 부품을 제공하지 않은 탓에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11월 둘째주까지 일부 라인 가동이 멈췄다.
현장을 잘 아는 관계자는 "C사가 부품을 안 줘서 생산이 안 됐다. 삼성전자는 수출 물량을 컨테이너에 실을 때 꼭 두 개 모델씩 짝을 이뤄 싣는다. C사 부품이 들어가는 모델이 생산이 안 되서, 짝을 이루는 제품이 11월 둘째주까지 창고에 쌓여만 있었다. 불가피하게 한 개 모델 제품들만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협력사가 어렵사리 OEM을 통해 C사의 부픔을 수급 중이다.
C사의 감사보고서도 C사의 도산과 삼성전자 멕시코 이전은 별개라는 쪽으로 기운다.
C사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감사의견이 실린 것이다.
지난 4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개제된 C사의 감사보고서에는 "회사는 2023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보고기간에 당기순손실 68억원이 발생했고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약 12억원만큼 초과하고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돼 있다.
현장 증언도 맥을 같이 한다.
상황을 잘 아는 광주지역 관계자는 "C사에 하루가 멀다하고 자재상들이 찾아왔다. 자재값을 달라는 것"이라며 "멀리 경기도에서까지 찾아오기도 했다"고 C사의 상황을 전했다.
C사 대표가 삼성전자에 설비구매를 부탁한 뒤 대금을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넣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심스럽다"면서도 "C사 대표가 도산이 기정사실화되자 삼성전자에 찾아가서 자신의 설비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우리가 C사의 설비를 사줘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인정상 동의했다. 그런데 C사 대표가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넣어달라더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C사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답변하지 않겠다"면서도 "10월에 (삼성전자에게) 그만하겠다고 했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는 "사실관계와 다르다. 모른다. 더이상 연락하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만약 국회에 출석해 위증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다.
업무상횡령죄는 업무와 관련된 자금을 개인계좌로 받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성립될 수 있다. 업무상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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