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택배 업무 중 올해 7명 사망
사과는커녕 개인 문제로 몰아
‘심야배송’ 논란 속 내부서 자성 목소리
각계각층서 구조적 문제 해결 촉구

‘7명’. 올해 쿠팡 업무를 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다. 이들 중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과 계약직은 물론 쿠팡과 계약한 대리점 소속 택배 배송 기사들이 포함돼 있다. 사망 시간은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였다. 새벽배송으로 인한 심야노동이 노동자 건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붙은 요즘,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까지 겹치면서 쿠팡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40조원’을 달성한 쿠팡이 올해도 5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새로운 ‘유통공룡’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2014년 시작한 로켓배송 역할이 컸다. 로켓배송은 새벽배송(익일 오전 7시까지 배송)과 당일배송(오전 주문 시 당일 배송) 등으로 이어졌는데, 전국 곳곳에 구축한 물류망 덕분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송 속도경쟁에다 멤버십(와우) 구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쿠팡플레이) 등 쿠팡의 ‘록인(Lock in) 전략’이 지금은 성공 불문율처럼 됐다”며 “쿠팡이 만든 판에 다른 기업들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논란으로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쿠팡이 주문을 무제한으로 받으면서 지나치게 빠른 배송을 강조하다 보니 벌어지는 부작용이다. 택배업체들은 대개 한 번 상차 후 1회전 배송을 하지만 쿠팡은 2~3회전 배송을 한다. 특히 마감시간(주간 신선식품은 오후 8시, 야간 상품은 오전 7시)이 있는 배송 시스템이다 보니 노동자들은 뛰어야 한다. 택배 기사들뿐 아니라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함께 고강도 업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쿠팡이 촉발한 배송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네이버도 컬리와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부정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작 당사자인 쿠팡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며 “쿠팡이 여러 가지 업계 표준을 만들고 있어 새벽배송 논란 대응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닷새 사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했지만, 쿠팡은 사과는커녕 이렇다 할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숨진 노동자들의 월평균 근무 일수와 주당 근무 시간 등을 알리는 데 급급했다. 과로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의 이 같은 대응은 향후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심야노동 감축이나 대체인력 투입 등 개선안을 내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출은 성장세지만 좀처럼 1%대 영업이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쿠팡으로서는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회사 쿠팡Inc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인 만큼 주가나 투자자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9월 출범한 ‘택배 분야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 중이라는 점도 쿠팡이 굳이 나서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대화기구에 참여 중인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심야업무가 과로사와 밀접한 영향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설날 전까지는 어느 정도 합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기구는 28일 3차 회의를 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 품목 제한 등 절충안이 있을 것”이라며 “유통업계는 물론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쿠팡도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쿠팡 한 관계자는 “쿠팡 캐치프레이즈가 고객에게 큰 감동을 주자는 ‘와우 더 커스터머’(wow the customer)인데, 또 다른 고객인 노동자들을 위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며 “실무단이 안전 관리 부문에서 개선할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