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장 건강에도 이롭다”…‘유익균’ 최대 8배 증식 효과 확인
커피가 장(腸)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커피를 꾸준히 마시면 장내 유익균의 수가 최대 8배까지 증가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7일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커피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장내 미생물 생태계와 인체 건강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이탈리아 토렌토 대학 생물학 및 컴퓨터 생명과학과의 니콜라 세가타(Nicola Segata) 교수 연구팀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의 성인 2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식이 습관과 장내 미생물 간의 상관관계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커피를 자주 섭취하는 사람의 장에서는 ‘로소니박터 아사카로라이티쿠스(Lawsonibacter asaccharolyticus)’라는 유익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8배까지 더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일반 커피뿐만 아니라 디카페인 커피를 섭취한 사람들에게서도 동일한 유익균 증식 효과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이는 커피의 장 건강 효과가 단순히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험실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커피 성분이 해당 유익균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로소니박터 아사카로라이티쿠스’는 2018년에 처음 발견된 장내 세균으로, 아직까지 그에 대한 연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이 균이 커피 속 항산화 성분인 퀴닉산(quinic acid)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끌었다.

퀴닉산은 커피 원두를 비롯해 사과, 블루베리, 체리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으로, 염증 완화 및 산화 스트레스 저감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에 풍부한 대표적 항산화물질인 클로로젠산(chlorogenic acid)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퀴닉산으로 전환되며, 이 과정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클로로젠산 등 폴리페놀 성분이 장내 유익균에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효과를 주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면역력 강화와 소화 기능 개선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에서는 “이번 연구는 커피와 같은 단일 식품이 특정 장내 미생물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 드문 사례로, 장 건강과 식품 간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장내 환경은 단순히 소화기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균형은 전반적인 건강 유지와 장수(longevity)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커피는 이미 장 운동을 촉진해 배변 규칙성을 돕는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 결과는 커피의 건강 기능성에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연구에서는 커피 외에도 아로니아(블랙초크베리) 역시 같은 유익균의 증식을 돕는 것으로 확인돼 장 건강을 위한 다양한 식품 선택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커피 섭취가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기전을 통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장내 미생물과 식이요법을 활용한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커피 섭취, 장 건강 체크리스트
✔커피 마신 뒤 소화불량 증상이 있나요?
✔커피 섭취 후 장에 불편함 등을 느끼나요?
✔변비나 설사 등 장 건강 변화가 생기나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 적이 있나요?
✔부정적 영향 미친다면 대체음료를 고려하나요?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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