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영로 번영(현대해상)사거리에서 ‘덕양’이라는 큰 글자와 함께 빛나던 흰색의 ‘울산경제’ 간판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회사 측은 설이 지나자 직원들에게 문자로 ‘울산경제’ 신문의 폐간 계획을 통보했다니 한 달 전에 통보한 셈이다. 독자들에게는 2월 28일 폐간 당일 빨간색 제목으로 인쇄된 <알림>란에서 “울산경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2025년 2월 28일(금)자 지면을 끝으로 폐간함을 알려 드”린다며 그동안 애독자 및 울산시민들의 성원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사실도 필자는 신문 <알림>란으로 알게 된 게 아니라, 신문과 같이 배달된 대금청구서 빈 용지에 볼펜으로 갈겨 쓴 ‘울산경제 폐간’이라는 배달인의 메모를 보고서야, 신문을 펼쳐 보고 알게 되었다.
번영사거리를 지나며 바라볼 때 빛나던 ‘울산경제’의 전망과, 울산 경제의 희망도 하루아침에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잠시 들었다. 그 이유는 이현태 발행인 겸 회장이 창간 기념사에서 “울산의 많은 기업들과 주변 도시의 기업들을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고 또한 전국으로, 세계로 나아가 국내와 세계 경제를 연결하고 협력하게 해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경제신문”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로컬 경제지의 뉴노멀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이는 멀어지는 것일까? 뉴노멀 시대의 신문, 그보다 로컬 지역 경제지는 요원한 희망이 되는 것인지? 암울했다. 시민 주주들로 설립된 주간신문 ‘울산저널’이 근래 가까운 사무실에 입주해 힘에 겹지만 창립 12주년을 지나 13주년을 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3년 만에 벌어진 울산경제의 폐간은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조차 했다.
당시 퇴임을 20여 일 앞둔 송철호 울산시장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울산경제 창간기념식 자리에서 “경제가 곧 민생이라는 말이 절실할 때 정확한 분석과 깊이 있는 전망으로 울산의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선된 지 9일 된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은 “울산의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울산경제신문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동휘 사장은 창간사에서 “울산경제신문은 경제전문 매체로서 기능” 외에 “새로운 지역경제 활성화와 비전을 담아내는 ‘미래경제의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며 “지역 경제발전과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힘껏 전진하겠다”고 했던 기억을 상기하니, 폐간에 대한 아쉬운 생각이 더 들었다.
당시 창간기념식에 이어, 제23대 서울대학교 총장, 전 국무총리를 역임한 동반성장연구소 정운찬 이사장의 초청강연회가 진행됐다. 정 전 총리는 ‘한국경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동반성장이란 무엇인가’, ‘한국경제의 생존을 위한 단기 대책’, ‘강중국가 도약을 위한 중기정책, 중소기업 육성’, ‘동반성장 국가를 향한 장기 과제’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했다. 신문이 존립하기 위해서 관공서와 기업의 광고시장에 의존도가 높다고 한다. 기존 카르텔이 엄존해 신규 ‘울산경제’신문이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기업 간의 동반성장뿐만 아니라 울산지역 신문사 간의 동반성장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조직의 흥망성쇠에는 말 그대로, 내부의 근심과 외부의 걱정, 즉 내우외환이 있다. 임직원과 주변 신문사 기자들 대상으로 고액으로 스카웃한 역풍이, 기존 광고시장 카르텔에 막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수익의 근간인 광고비의 조달이 어려웠다면 이는 외환의 시작일 것이다. 종이신문의 발전이 한계에 달하기도 하고, 유튜브 ‘울산경제신문eTV’ 등 다양한 수단으로 반전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이 외환이라면,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반목도 내우의 원인이었을까?
이런 내우외환이 경영진에 확신을 주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언론사 운영을 통해 일정 기간 절세 혜택을 보고 떠나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에 동의하는 편은 아니다. 신문사의 혁신은 어려운 일일지 모르고, 시정부 권력과의 짬짜미가 누구에게는 약도 되고 다른 이에게 독이 되는 것이 아닌가? 기존 언론사들도 힘에 부친 때에, 큰 덩치로 출발한 새로운 신문사의 역할이 모호했다고 본다.
어떤 이는 ‘형제의 난’을 말하기도 했을 터다. 울산경제신문 마지막 날 1면 톱기사로 “울산시, 블루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투자유치” 제목의 기사와 사진에는 이치윤 ㈜덕양가스 대표이사가 김두겸 시장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한 사진이 등장했다. 국내 최대 수소공급기업이자 울산 향토기업인이며, 향년 90세로 2021년 3월 31일 별세하신 ㈜덕양 창립자 이덕우 명예회장의 정신이 살아난 듯했다. 그 투자로 수소 분야에서 덕양가스의 입지가 공고해지고 블루수소 선도도시로서 울산의 면모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울산경제’의 불은 꺼졌다. 이 사례가 다음 사회공헌자의 사기를 꺾지 않도록 바둑 시합 종료 후 복기하듯이,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울산의 미래를 넓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두서없이 짧은 식견으로 몇 자 적었다. 새로운 신문들이 정당한 사유와 노력으로 창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또 시민 주주들에 의해 태어난 시민의 신문 ‘울산저널’도 항해를 잘하기를 바라면서 쓴 논단이다. 힘찬 언론들과 울산 시정부 사이에 긴장과 협조가 잘 이루어져서 직필 언론과 공정 사회의 균형을 이루고, 시정부가 공정한 언론들과 함께 흔히 말하는 ‘위대한 울산’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성인수 정책과비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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