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이재용 회동, 기업 기살리는 전기돼야

2025-03-20

정치와 기업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잘 돌아간다. 서로 의식하지 않고, 각기 역할 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 그런데, 국민 살림이 어려워질수록 정치가 기업 쪽을 살핀다. 일자리와 돈 나올 곳이 기업 밖에 없는 탓이다. 인기로 사는 정치가 인심 얻을 자체 방법은 별도로 마땅치 않을 때가 있다. 기업은 얄미울 법도 한데, 그렇다고 정치를 기업간 다루듯이 막 대할 수는 없는 나름의 처지가 있다.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만났다.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고난에 빠졌을 뿐 아니라, 민심마저 극단으로 갈라선 형국인지라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뭔가 좋아질 수있겠지'하는 기대 또는 희망이라도 얻을까하는 국민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유행하는 '잘사니즘 경제행보' 일환으로 이 회장에게 만남을 타진했을 게다. 이 회장도 최근 '사즉생'까지 거론할 정도로 위기 국면에서 현실 유력 정치주자의 회동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제안한 쪽이나, 수용한 쪽이 어디냐가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두사람의 만남 자체로 뉴스가 되고, 국민들은 지켜볼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표는 “기업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 삼성이 잘 돼야 삼성 투자한 사람도 잘 산다”며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세상이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삼성을 사실상 추켜세웠다. 이 회장 또한 “대한민국의 미래와 AI(인공지능)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이 (이 대표의 방문으로) 기를 많이 받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좋아할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공개된 메시지도 중요하다. 메시지는 정치하는 쪽이나, 기업하는 사람으로 봐선 철학에 가까운 신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두사람의 심중에 담긴 진심이 아닐까. 적어도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 돌파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진 두사람이 서로 영역은 다르지만 진심이 통하면 그 에너지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짜 잘 되고 현재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기업을 밀어주고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는 시대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가 정치의 시기에만 반짝 떠들고마는 주장이 아니라, 기업의 결정과 활동을 중시하는 국민마인드 확산이 요구된다. 정치가 우리 기업을 키우는 정치로 거듭나야하는 이유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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