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돌봄’을 포기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심각한 노인 빈곤 현실과 유리된 채 운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1~5등급, 인지지원등급 포함) 판정을 받은 어르신 829명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신체·인지적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재가(방문요양·주야간 보호 등)·시설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돌봄이 필요하다고 본 노인 중에도 당장 수입이 급해 노인 일자리를 택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노인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 62명에서 2021년 12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4년 188명으로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올해도 9월까지 152명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현행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지침’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결국 829명의 노인은 스스로 요양보험 혜택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았다는 뜻이다.
등급을 포기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것은 ‘공익활동형’ 일자리 사업으로 전체의 94.6%(784명)가 몰렸다. 이들은 실제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사회서비스형(3.4%)이나 시장형사업단(2.1%)보다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낮은 곳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인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데다, 선발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지원자가 몰린다. ‘공익활동형’ 사업은 소득을 주요 기준으로 하고, 활동 역량(보행 및 의사소통 능력)에 관한 평가는 배점이 낮다. 한 노인 일자리 사업관계자는 “부적격인 어르신이 찾아와서 ‘나는 몸에 이상이 없다. 꼭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우기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중 91.7%는 장기요양 4등급(45.7%), 5등급(22.7%), 인지지원등급(23.3%) 등 신체 기능 저하가 상대적으로 경증이거나 초기 치매 단계이력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혼자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인 1등급(2명)과 2등급(8명) 이력자도 있었다.
상대적 경증이라고 해도 이들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을 만큼 도움이 필요하다. 공익활동형 참여자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80세 이상 초고령층 참여자가 497명으로 63.4%를 차지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에게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일종의 소득 보전 사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을 만큼 몸이 불편함에도 현금 소득을 위해 돌봄은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원칙대로 선발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제대로 운영해야 이런 식의 안타까운 이동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생계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며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은 노인 빈곤의 심각성과 복지·노동 정책의 구조적 엇박자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초연금 강화 등을 통한 근본적인 생계 보장과 노인 일자리 사업 선발 시 보다 객관적인 안전·건강 평가 지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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