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 위에 선 꿈…‘킹키부츠’의 숨겨진 주인공 ‘엔젤’ [D:히든캐스트]

2024-10-06

“그래서 엔젤들은 남자예요, 여자예요?” “진짜 드랙퀸인가요?”

화려한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걸그룹 못지않은 아찔한 각선미와 춤선까지. 15cm 킬힐 위에 선 여섯 엔젤을 향한 궁금증은 매년 이어진다. (남자인줄) 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는, 여섯 엔젤(전호준, 한선천, 한준용, 주민우, 김강진, 최재훈)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킹키부츠’(11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의 숨겨진 주인공들이다.

‘킹키부츠’의 성공적인 무대 뒤에는 뛰어난 실력과 넘치는 끼를 가진 엔젤 배우들의 노력이 있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롤라와 아이들’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엔젤은 절대 백댄서나 서브가 아니다. 실제 무대에서도 드러나듯 엔젤은 롤라와 어우러지면서도, 저마다 다른 색깔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여장을 걷어낸 여섯 엔젤은, 무대 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자부심을 가진 베테랑 배우들이다.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무대 위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들이 필요했는 지를 보여준다.

-엔젤 역으로 함께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16년 재연을 보고 ‘킹키부츠’에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을 전공하면서 딱히 하고 싶은 캐릭터가 없었는데 엔젤 역은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첫 캐릭터였어요.”(김강진)

“딱 지금의 엔젤 멤버들로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케이팝 걸그룹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더라고요. 요즘 말로 도파민이 폭발한다고 하죠. 그래서 저도 꼭 이 그룹의 멤버로 들어오고 싶었습니다.”(최재훈)

-특히 이번 시즌은 ‘킹키부츠’ 10주년이라 더욱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저의 뮤지컬 데뷔작이 ‘킹키부츠’ 초연이었어요. 삼연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거의 ‘킹키부츠’와 함께 10년간 성장한 셈이죠. ‘킹키부츠’와 함께 저의 뮤지컬 인생이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고, 그래서 이번 10주년엔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한선천)

“저 역시 올해가 데뷔 10주년이에요. 데뷔작은 ‘라카지’였는데 공연 당시 ‘킹키부츠’ 오디션 소식을 들었어요. 너무 센세이션하고 화려하고 좋은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몇 번의 시도 끝에 엔젤로 ‘킹키부츠’와 함께 하게 돼서 감회가 남다릅니다.”(한준용)

-특히 한선천, 전호준 배우는 이 작품과 유독 인연이 깊잖아요.

“맞아요. 제가 다섯 시즌을 함께 하고 있는데, 안무와 노래는 똑같은데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너무 달라요. 실제로 여섯 명의 엔젤이 무대에서 정말 다르게 연출되잖아요. 퍼스널리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안무가도 ‘안무는 알려줄 수 있지만 퍼스널리티는 알려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이번 10주년을 함께 하면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지금만큼 좋은 엔젤은 없었을 거라고요.”(전호준)

“제가 느끼기에도 그래요. 아마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캐릭터가 더 세밀하게 구축되고 업그레이드된 느낌이거든요. 물론 초연부터 엔젤들의 실력은 대단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각자만의 캐릭터가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한선천)

-말씀하신 것처럼 ‘엔젤’이라고 묶여 불리지만, 무대에서 표현되는 캐릭터는 천차만별이에요. 각자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초반 시즌에선 내 캐릭터를 만들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하이힐 때문에 발이 아프고, 음역대도 높아서 그것들에만 집중하기도 바빴거든요. 이제야 엔젤로 서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저만의 엔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틈새시장을 공략합니다. 제가 체격이 제일 작아서 귀여운 느낌으로 ‘뿌까머리’도 하고요(웃음).”(주민우)

“전 정말 여자로 보일 수 있는 엔젤이 되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봤을 때 헷갈릴 정도로요.”(한준용) “전 의상이나 헤어를 보면 펑키하고 화끈하고 톡 쏘는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에네제틱하고 와일드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흑인 여성에서 디테일을 찾고 있습니다.”(최재훈)

“저 역시 캐릭터의 분장과 의상으로 내면을 표현해요. 의상이 씬마다 다르기 때문에 옷에 따라 저를 표현하는 거죠. 그래서 엔젤을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김강진·한선천)

“저는 귀여운 옷, 핑크색 옷이 은근히 많아요. 동생들 몰래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웃음).”(전호준)

-오디션부터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어요.

“초연 때는 저만 차려 입고 온 것 같아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오디션 때 항상 이미지를 강하게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번엔 티팬티만 입고 오디션을 봤습니다(웃음). 기선 제압이 중요하니까요.”(전호준)

“시즌이 바뀔 때마다 관객들에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해서 리뉴얼을 한다는 소문이 돌아요. 그런데 너무 이 역할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초심으로 돌아가서 정말 뼈 빠지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김강진)

“2019 시즌에서 오디션을 봤을 때 중간 쉬는 시간이 있었어요. 지원자들이 대부분 분장을 하고 왔는데, 그 상태로 길거리에 쭈그려 앉아서 대화를 나눴던 거죠. 거기가 약수역 인근이었는데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고요. 실제로 드랙퀸들이 이런 시선을 받고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간접적으로 체험을 한 느낌이었어요.”(주민우)

-외적인 준비 외에도 엔젤 역의 오디션 허들이 높다고 하던데요.

“음역대가 정말 높아요.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엔젤의 매력까지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연출진에서 엔젤 오디션이 제일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요. 그래서 이 캐릭터에 대한 자부심이 더 큰 것 같아요.”(주민우)

“지금은 그나마 여러 시즌을 거듭해오면서 오디션에 대한 정보가 쌓였지만, 초연 때는 아무 정보가 없었어요. 지정곡인 ‘인 디스 코너’(In This Corner)가 G#으로 시작하거든요. 초연 때 낮춰 부르면 안 되냐고 전화도 해봤어요(웃음). 결국 죽을 둥 살 둥 해냈죠.”(전호준)

“감독님들이 그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엔젠들 오디션 수준은 매번 올라가는데, 기존 엔젤들도 공연을 하고 그 다음 오디션까지 업그레이드가 되니까 결국 새로운 엔젤을 뽑기가 힘든 거죠. 음역대와 춤, 에티튜드가 모두 완성되어 있는데 거기에 그 이상을 보여주니까요.”(한준용)

-코로나 시국이었던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엔젤들이 객석에 직접 내려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점이죠.

“전 2020 시즌에 합류해서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객석을 누비고 있어요. 2022 시즌에도 무대 앞 정도까지만 나갔거든요. 이번 시즌 첫 공연에서 한 관객이 제 손을 잡으면서 울 듯이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손을 잡고 노래를 했는데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엔젤을, 그리고 이 작품을 얼마나 사랑해주시는지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작품이 끝날 때까지 행복한 에너지를 모두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매회가 정말 너무 소중해요.”(한준용)

“공연이라는 것이 무대와 객석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벽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킹키부츠’는 그 벽이 없는 느낌입니다. 관객들이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직접 마주하다 보니 제가 더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책임감이 생기고요. 덕분에 이번 10주년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한선천)

-특히 최근 ‘뮤지컬스타’ 쥐롤라 덕분에 이 작품이 신드롬급 인기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정말 어마어마해요.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 시작 전에 롤라와 엔젤이 박스 안에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롤라가 등장하고 노래가 시작되면 유행가를 듣고 환호성을 내지르는 느낌을 받아요. 마치 콘서트 같아요. 전주만 나와도 환호가 쏟아지는….”(한선천)

“평소에 뮤지컬에 관심이 없고, 보지 않는 친구들도 ‘너 킹키부츠에 나오더라’라고 연락이 와요. 정말 재미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는데 ‘킹키가 떡상했구나’ 싶더라고요. 하하.”(한준용)

-관객들이 ‘킹키부츠’를 보고, 또 엔젤을 통해 어떤 것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까요?

“‘킹키부츠’ 안에서 엔젤이 나오는 타이밍이 사건이 일어날 때 환기를 시켜주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관객들도 엔젤을 보고 고민이나 우울한 감정을 환기하고, 행복감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감사할 것 같아요.”(한선천·주민우)

“공연을 본다는 건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요. ‘킹키부츠’로의 여행이 좋은 감정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전호준)

“‘킹키부츠’에는 여섯 가지 메시지가 있어요. ‘솔직하게’ ‘뭐든 도전해 봐’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봐줘’ ‘사랑해’ ‘자신을 믿어봐’ ‘맘 바꾸면 세상도 바뀐다’. 이 여섯 가지를 곱씹으며 연기하고 있고, 관객들에게도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김강진)

-앞으로 어떤 작품들로 관객을 만나게 될지도 궁금한데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자신의 방향성,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도전정신을 가진 탐험가 기질이 있어요. 배우들이 몸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써요. 춤, 노래, 연기뿐만 아니라 무거운 세트를 옮겨야할 때도 있고요. 그만큼 부상이 많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을 해보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엔젤 친구들과 퍼포먼스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작품에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나중엔 콘서트도 열고 싶고요. 지금은 앙상블을 길게 하고 있지만, 어느 배우나 앙상블을 위해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저는 계속 꿈을 꾸고 있습니다.”(전호준)

“저는 내년에 작품 콜이 왔는데 고사했어요. 연극학 학위를 따려고요. 무엇보다 제 연기 실력을 더 다듬어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공부를 하면서 매체나 대학로 공연들도 문을 두드려 볼 예정입니다.”(한준용)

“평소 목표라던가 계획을 세우는 성향은 아니에요. 눈앞에 있는 일들 순간순간 열심히 하자는 주의죠.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품을 하다 보니 저의 본질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작품이 오면 순간 순간 열심히 해서 관객을 만날 테지만, 그와 함께 전공을 살려서 무용 안무를 창작하는 생활을 시도해보고 싶기도 합니다.”(한선천)

“건강하게 오래오래 관객들에게 행복함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주민우)

“‘킹키부츠’는 저에게 계속 과제를 던져주었고 그 과제들을 수행하는 과정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유대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행복들을 가득 안아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게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이려 합니다.”(김강진)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킹키부츠’를 하면서 연습하고 공연할 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어려운 부분들에서 힘들고 작아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킹키부츠’의 메시지와 노래, 주변 동료 배우분들을 통해서 그런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면서 무언가를 해내가는 열심의 동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조금 배운 것 같아요. 앞으로 과정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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