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빌런(villain, 악당)들이 출몰합니다. 직장 분위기를 해치는 오피스 빌런, 지하철에서 민폐를 끼치는 지하철 빌런, 주차 매너를 지키지 않는 주차장 빌런 등. 착하게 행동하면 오히려 손해인가 싶을 정도인데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착하게 사는 것은 가능할까요?
김월회(58)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그 답을 2300년 전 기록된 『맹자』에서 꺼냅니다. 『맹자』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맹자’의 언행을 기록한 유교 경전이에요. 김 교수는 저서 『맹자에게 배우는 나를 지키며 사는 법』(EBS BOOKS) 등을 통해 대중에게 맹자 이야기를 풀어낸 바 있습니다. 그는 “맹자 이야기는 우리 삶을 위해 쓸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말합니다. 시대를 넘어 우리의 인간관계와 마음을 다루는 설명서로 사용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맹자 하면 떠오르는 건 ‘성선설(性善說)’입니다. 김 교수는 “맹자의 시대에도 빌런이 넘쳤다. 성선설은 모든 사람이 착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맹자가 오해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맹자는 나쁜 사람에 맞서고 단호하게 대응했다고 해요. 심지어 “짐승 같은 인간”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피해야 할 인간 유형을 언급했습니다.
맹자에게 ‘나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또 소인배의 무례에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오늘 ‘더, 마음’에서는 맹자의 지혜를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해 봅니다. 나쁜 사람을 끊어내는 법,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기르는 법, 그리고 맹자가 2025년 한국에 살고 있다면 했을 조언까지 들어봤습니다.

‘빌런들의 전성시대’에 맹자의 성선설은 여전히 유효할까요?
“이렇게 나쁜 놈이 많은데 무슨 성선설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성선설은 모든 사람이 착하다는 게 아닙니다. 맹자는 “사람은 선함의 DNA를 타고난다”고 말해요. 그 DNA를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 네 가지로 구분해 사단(四端)이라고 하죠. 이는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기초가 됩니다.
선함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DNA가 온전히 발현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수양해야 한다는 거죠. 성장 과정에서 제대로 발현하면 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아니면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맹자는 ‘나쁜 사람’을 뭐라고 불렀나요?
‘금수보다 못한 놈’ ‘짐승 같은 녀석’이라고 표현했죠. 동물들한테 미안한 말인데요, 당시에는 동물을 인간보다 한참 모자란 존재로 봤거든요. 그 이유는 인간에게만 ‘의(義)’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의’는 올바른 도리이자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 즉 도덕을 말해요. 도덕이 없으면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피해야 할 유형의 사람이 있을까요?
맹자가 특별히 싫어했던 부류가 있어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향원(鄕原)’입니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공자가 먼저 했어요. 『논어』를 보면 공자가 향원에 대해 “도덕의 적이다”고 말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