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빠른 진보, 단순 반복 코딩 업무 빠르게 대체
개발자 아닌 AI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인재’ 필요해
기술의 근본 구조 설계, 알고리즘 윤리성·정확성 등 검증할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한때 ‘억대 연봉’ 신화를 꿈꾸며 비전공자들까지 몰리던 개발자 직군이 최근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으로 단순 코딩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개발자 수요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AI 기술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면서 고급 AI 인재는 기업들이 ‘모셔가는’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주요 대선 주자들도 AI 인재 양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정책 경쟁에 나섰다.
◆“단순 코딩 시대는 끝났다”…개발자 수요 급감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IT 직군 전반에서 채용 축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노동 수요를 나타내는 ‘온라인 노동지수’는 59로, 2020년 7월(174)과 2023년 7월(167) 대비 급감했다. 해당 지수는 2020년 4월을 기준(100)으로 한 것으로, 이번 수치는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특히 개발자 직군의 감소는 AI 기반 코딩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자연어로 AI와 대화하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노코드(No-Code)’ 혹은 ‘바이브 코딩’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AI가 개발자의 역할 일부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전체 신규 코드의 25% 이상을 자사 AI가 생성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오픈AI와 메타 역시 전체 코드의 20~30%를 AI가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자 교육 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전공자도 6개월 만에 개발자 취업”이라는 홍보 문구가 넘쳐났지만, 현재는 스타트업 채용조차 경쟁이 치열하다.
한 취업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IT·웹·통신 분야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15.5% 감소한 반면, 해당 분야 이력서 지원은 무려 115%나 증가했다. 일자리는 줄고 경쟁은 치열해진 것이다.
◆고급 AI 인재는 ‘모셔가는’ 시대
반대로 AI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CEO 차원에서 직접 채용에 나서고, 억대 연봉은 물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며, 주요 대선 후보들은 AI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진단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의 발전은 반복적인 코딩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특히 단기 코딩 교육으로 비전공자를 양성하는 모델은 이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한 ‘개발자’가 아닌, AI 기술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알고리즘의 설계와 윤리적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인재 양성 정책은 개발자 대량 양산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AI 중심 기술 리더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단순한 코딩 역량이 아니라, 기술을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통합할 수 있는 사고력과 응용 능력”이라고 제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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