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갱단의 극심한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한 갱단 두목 주도로 빈민가 주민 100명 이상이 살해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아이티 인권단체 ‘국가인권보호네트워크(RNDDH)’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내 대규모 빈민가인 시테 롤레이의 제레미 부두에서 지난 6~7일 발생한 갱단의 집단 학살로 최소 1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학살은 제레미 부두에서 활동하는 갱단 두목 모넬 펠릭스의 명령으로 자행됐다고 RNDDH는 밝혔다. 범행은 부두교 주술사들을 표적으로 했으며, 피해자 대다수가 60대 이상 노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두교는 서아프리카에서 유래해 아이티에서 발전한 아이티의 주요 종교 중 하나로,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집단 학살은 갱단 두목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자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RNDDH에 따르면 펠릭스는 이 마을 부두술사들의 저주로 자신의 아들이 치명적인 병을 앓게 되었다며 이들을 살해할 것을 갱단에 지시했다. 펠릭스의 아들은 7일 오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의 사망 하루 전날인 6일 학살이 시작돼 이날만 최소 60명이 숨졌고, 7일에도 50여명이 추가로 살해됐다. 공격받는 노인들을 구하려다 함께 숨진 이륜차 택시 운전사 등 젊은이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에르 에스페란스 RNDDH 사무총장은 “지역사회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수 있다”며 “거리에서 훼손된 시신들이 불태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펠릭스는 2012년에도 부두교를 믿는 노인 여성 1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RNDDH는 전했다.
학살이 벌어진 제레미 부두 지역은 갱단이 점령한 지역 중 하나로, 경찰력이 닿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 일대 공권력의 부재로 인해 학살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말했다.
세계 최빈국인 아이티는 수년째 갱단 폭력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2010년 발생한 대지진과 콜레라로 몸살을 앓아온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공권력마저 붕괴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에만 갱단이 연루된 폭력으로 4500명 이상이 사망했고, 7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