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근력 재고, 스윙하고… 이제는 방망이 한 자루도 과학, 김휘집은 도쿄로 향했다

2025-12-16

야구 방망이 한 자루도 이젠 과학으로 만든다. 첨단 장비를 동원해 자기 스윙에 가장 어울리는 방망이를 찾는 선수들이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NC 김휘집(23)도 그중 하나다.

김휘집은 최근 일본 도쿄에 있는 ‘베이스볼 퍼포먼스랩(Baseball Performance Lab·BPL)’ 히터스 하우스를 찾았다. 가족 여행 중 시간을 냈다. BPL은 글로벌 야구용품업체 마루치 스포츠가 운영한다. 선수들 하나하나를 위해 맞춤형 방망이를 찾아주는 곳이다. ‘배트 피팅(bat-fitt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프용품업체들이 프로 골퍼들을 위해 맞춤형 클럽을 찾아주는 ‘클럽 피팅’에서 따온 개념이다.

손 크기와 팔 길이를 재고, 양팔을 벌려 윙스팬(양팔+어깨 길이)도 측정했다. 수직점프와 하체 및 코어 근력 등 육체적인 능력도 측정했다. 스윙 분석이 이어졌다.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계속 받아쳤다. 스윙 동작 하나하나를 측정했다. 타구 발사각과 속도, 몸통 회전량 등 갖가지 데이터를 모아 가장 어울리는 방망이를 찾아내려 했다.

비시즌이라 시즌 때와 스윙이 달라지면 아무래도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김휘집은 “마무리캠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캠프 끝나고도 바로 운동을 해서 다행히 시즌 때하고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김휘집 등 NC 야수들은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원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배팅 케이지만 일곱 군데를 설치하고 쉴 새 없이 스윙을 했다.

몇 시간 측정 끝에 방망이를 찾았다. 100개 가까운 방망이 중에 김휘집이 마음에 드는 방망이 순위를 적어냈고, BPL이 추천하는 방망이 순위를 받았다. BPL은 ‘선수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방망이가 아니라 성적을 제일 잘 낼 수 있는 방망이’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다행히 김휘집이 편하게 생각한 방망이와 BPL이 추천하는 방망이가 다르지 않았다. 김휘집은 “무게는 평소 쓰던 것과 비슷하게 880g을 추천받았다. 차이가 있다면 원래는 무게 중심이 방망이 헤드 끝에 많이 실려 있었는데, 이번에 고른 방망이는 그보다 더 아래로 꽤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BPL은 마루치 미국 본사가 있는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와 일본 도쿄에 있다. MLB 선수들은 수년 전부터 배턴루지 BPL을 찾아 자기만을 위한 방망이를 찾았다. 무키 베츠(LA 다저스), 오스틴 라일리(애틀랜타) 등이 대표적인 고객이다. 일본프로야구(NPB)에도 도쿄 BPL을 찾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제는 KBO리그에도 입소문이 퍼지는 모양새다. 김휘집은 “(박)민우 형한테 ‘그런 곳이 있다더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꼭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봤다. 작년부터 국내 선수들도 몇 명씩 찾아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과학으로 찾은 맞춤형 방망이가 성적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올해 MLB에서 ‘어뢰 방망이’가 큰 화제가 됐지만, 어뢰를 들었다고 모두가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김휘집은 “다녀온 선수들 사이에서도 평이 조금씩 갈리는 것 같더라.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혹시 내년 성적이 기대만 못 해도 그게 방망이 때문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휘집은 올해 타율 0.249에 17홈런을 쳤다. 데뷔 후 최다 홈런을 쳤지만, 그래도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김휘집은 “제가 잘해야 팀도 더 많이 이긴다. 내년에는 정말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도쿄까지 찾아간 것도 결국 조금이라도 더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다. 비활동 기간이지만 김휘집은 주중 매일 같이 창원NC파크를 찾아 개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운동해야 효율도 크다고 생각했다. 러닝 학원에 등록해 ‘잘 달리는 법’도 배우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 위험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다. 격일로 러닝 학원을 나가지 않는 날은 필라테스를 한다. 신체 가동성을 더 키워야 가진 힘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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