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쌍둥이는 축복? "산모·태아 모두 위험" 의사들 첫 경고

2025-11-18

산부인과 관련 학회들이 이른바 '시험관 쌍둥이(다태아)'의 위험성을 두고 처음으로 공식 경고에 나섰다. 쌍둥이는 산모·태아·의사 모두에 위험을 높이는 만큼, 시험관 시술시 안전한 단일 배아 이식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고위험 산모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의사들이 직접 '쌍둥이는 축복이며 자랑스럽다'는 사회적 통념 뒤집기에 나섰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대한보조생식학회는 최근 연구 심포지엄 등을 거쳐 이러한 내용의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중 다태아 비율은 2004년 2.1%에서 지난해 5.7%로 빠르게 늘었다. 20년 새 2.7배로 증가한 셈이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 출생아 수는 같은 기간 7배 넘게 뛰었다(62명→457명).

반면 일본의 다태아 비율은 2007년 2.21%에서 2020년 2.04%, 미국은 2007년 3.37%에서 2023년 3.14%로 각각 감소했다. 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저출산 기조 속에도 세쌍둥이 임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쌍둥이 증가율도 매우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이는 난임 시술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결혼 연령 상승 등도 있지만 자연 임신이 가능한데도 시험관 시술을 하거나, 시술 성공률을 높이려 배아를 2~3개씩 이식하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연 임신에선 쌍둥이 출산 확률은 약 1% 수준이다. 시험관 시술은 25~30%까지 높아진다. 쌍둥이가 매스컴에 등장하듯 '큰일 했다'는 식으로 다태아를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 준다.

하지만 다태아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위협한다. 임산부의 조산, 임신 중독증 등을 늘리는 대표적 원인이다. 태아·신생아는 저체중 출생, 선천성 기형 등의 확률이 커진다. 특히 뇌성마비 발생 위험을 보면 쌍둥이는 단태아 대비 4배, 세쌍둥이는 18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고위험 출산에 따른 의료사고 리스크가 커진다. 이는 의사들의 산과 기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박중신 회장은 "시험관 시술에 따른 다태아 출산은 잘 된 사례만 홍보되고, 고통받는 사례는 묻히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의사들도 일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커짐에 따라 학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들 학회는 "임신은 항상 축복"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보다 건강한 단태아 출산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시험관 시술시 임신 성공률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쌍둥이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표준 치료법인 '단일 배아 이식'을 강조했다. 여러 배아보단 하나만 이식하는 게 산모·태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는 부부는 산모 연령과 배아의 질, 과거 임신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아 이식 개수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다태아 임신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신 성공률과 난임 부부의 선호도, 의학 발전 등을 고려했을 때 쌍둥이 출산을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명예회장은 "의학적으론 당연히 단태아가 제일 좋겠지만, 난임 부부가 쌍둥이를 일부러 원하기도 하고 시술 횟수를 줄이려 하는 현실적 면이 있다. 환자 선택의 문제이지, 무조건 고위험 출산이라고 배제할 부분은 아니다"고 밝혔다.

송지홍 린여성병원 난임센터장은 "35세 미만 여성엔 단일 배아 이식을 권하지만, 상대적으로 임신 성공률이 떨어지는 35세 이상 여성에겐 2~3개를 이식하는 식으로 간다. 고령일 경우 수십번씩 시술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어 무조건 단태아 출산만 고집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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