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사계절 나비를 볼 수 있는 생태체험장을 소개합니다.
불암산나비정원에 가다
나비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과·배 등 여러 농작물은 나비·벌 등과 같은 곤충이 꽃가루(화분)를 실어 날라 수분시켜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곤충들을 화분매개곤충이라 한다. 멸종위기Ⅰ급으로 지정된 붉은점모시나비도 목격된 바 있는 불암산 자락에 2018년 개관한 나비정원은 나비가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나비로 성장하기까지 일생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체험장이다. 온실이 조성돼 사계절 내내 살아있는 나비를 볼 수 있고, 국내외 다양한 나비 표본도 살펴볼 수 있다.

전 세계에 나비는 대략 2만여 종이 살며, 한국에는 약 20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나비는 호랑나비과·흰나비과·부전나비과·네발나비과·팔랑나비과 등 총 5개의 과로 구분할 수 있다. 호랑나비·긴꼬리제비나비·모시나비 등이 속한 호랑나비과는 다른 나비과와 비교했을 때 대체적으로 크기가 큰 대형종이다. 배추흰나비·노랑나비·상제나비 등이 속하는 흰나비과는 중형종, 산푸른부전나비·붉은띠귤빛부전나비·큰주홍부전나비 등이 속하는 부전나비과가 소형종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부전나비과에 속하는 나비 중에서도 흰나비과만큼 큰 종이 있고, 흰나비과에도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나비의 크기와 비슷한 종도 있어 대형·중형·소형 분류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흰점팔랑나비·꼬마흰점팔랑나비·북방흰점팔랑나비 등이 속하는 팔랑나비과는 더듬이가 다른 나비들처럼 쭉 뻗어있는 곤봉 모양이 아니라, 끝이 살짝 꺾인 갈고리 형태다. 또 네발나비·뿔나비·은줄표범나비 등이 속하는 네발나비과는 앞다리 1쌍이 작게 퇴화되어 몸에 붙어 있기 때문에 앉아 있을 때 다리가 4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나비의 날개를 손으로 만지면 미세한 가루는 인편이라 부르는 비늘의 조각으로, 나비의 외형을 이루는 구성 요소다. 인편이 햇볕에 비쳐 반사되면 우리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색으로 나타난다. 불암산나비정원 전시관에서는 베네수엘라·브라질·콜롬비아 등에서 분포하는 메넬라우스모르포나비, 인도네시아·뉴기니 등에 분포하는 프리아무스금비단제비나비, 호주·뉴기니·몰루카·인도네시아 등에 분포하는 율리시스제비나비 등 날개가 형광빛이 도는 파란색 혹은 녹색인 세계 여러 나비들의 표본을 살펴볼 수 있다.

나비와 나방이 속한 나비목은 날개 있는 곤충 무리 중 날개가 접히고, 한살이 동안 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의 한 분류다. 나비와 나방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나비와 나방은 더듬이의 생김새로 구분할 수 있다. 나비는 더듬이가 곤봉 모양이거나 갈고리 모양이지만, 나방은 빗살모양이거나 일직선으로 뻗은 실 모양이다.
반면 공통점도 있다. 나비와 나방은 몸통과 날개가 미세한 비늘로 덮여있으며, 긴 대롱형 주둥이를 갖고 있고, 완전변태를 하며,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주어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완전변태(갖춘탈바꿈)는 유충이 성충이 될 때 번데기 상태를 거쳐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완전변태를 하는 대표적 곤충은 나비·벌·파리·딱정벌레 등이 있다. 반대로 번데기 상태를 거치지 않고 유충 시기에 몇 번의 탈피를 거쳐 바로 성충으로 성장하는 것을 불완전변태(안갖춘탈바꿈)라 하며, 잠자리·메뚜기·바퀴벌레 등이 대표적이다.

완전변태를 통해 나비의 생애를 살펴보자. 교미를 마친 암컷 나비는 애벌레가 좋아하는 식물 주변에 수정한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빨판을 이용해 먹이식물로 이동한다. 애벌레가 다 자라면 몸이 굳어지고 껍질은 종 모양으로 딱딱하게 변해 번데기를 만들어 나비가 될 준비를 한다. 다 자란 나비가 번데기를 뚫고 나오는 탈피 과정을 거치면 어른나비(성충)가 된다. 나비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 내외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은 나비 사육실에는 한쪽에 별선두리왕나비·남방오색나비 번데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애벌레들이 기어 다니며 먹이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 부지런히 잎을 먹으며 몸집을 키운 애벌레는 번데기를 만들어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잠을 자면서 나비가 될 준비를 한다. 별선두리왕나비·남방오색나비 성체들은 사육실 옆 온실에서 만날 수 있다. 일 년 내내 20~30℃ 정도로 유지돼 사계절 내내 살아있는 나비 성체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비는 암수가 비슷하게 생겨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종도 있고, 남방오색나비처럼 외형만 보고도 구분이 가능한 종도 있다. 예를 들어 남방오색나비 암컷은 날개 가장자리 흰 점무늬, 수컷은 날개 중앙의 청보라빛 광택으로 구분한다.
나비 날개는 매우 얇지만, 사람의 혈관에 해당하는 시맥이 나비의 날개를 지탱해 준다.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빨아 먹던 나비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비도 피한다.
불암산나비정원에서는 다양한 나비 표본을 살펴본 뒤 곤충 표본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 필요할 때 곤충을 표본으로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북부, 중국 남부 등에 분포하는 오각뿔장수풍뎅이 표본 만들기에 도전했다. 머리에 한 개의 두각과 앞가슴 등판에 2쌍의 흉각, 즉 총 5개의 뿔을 가진 곤충이다. 얇은 날개를 가진 나비는 초보자가 표본 작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딱딱한 몸통을 가진 오각뿔장수풍뎅이를 선택한 것.

준비물은 전시 케이스, 건조된 오각뿔장수풍뎅이, 스테인리스 소재의 곤충핀, 쇠로 만든 진주핀, 나프탈렌이다. 먼저 건조된 오각뿔장수풍뎅이를 뜨거운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드는 연화작업이 필요하다. 나비의 경우 이 과정에서 날개가 손상되기 쉽기 때문에 몸통만 담갔다 빼거나, 주사기에 뜨거운 물을 넣어 몸통에 꽂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연화작업을 마친 오각뿔장수풍뎅이는 다리를 크게 펼쳐서 표본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주고, 몸통에 곤충핀을 꽂아 판에 고정한다. 곤충핀을 꽂는 위치는 곤충마다 다르다. 오각뿔장수풍뎅이는 가운데에 꽂으면 날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딱지날개의 위쪽에서 1/3 지점 중간에 꽂는다. 반면 나비는 몸통 정중앙에 꽂는다.

판에 고정한 오각뿔장수풍뎅이의 다리와 몸통은 여러 개의 진주핀을 이용해 세부적 형태를 고정한다. 다리는 두 개의 진주핀을 엑스(X)자로 꽂아서 고정한다. 마지막으로 곤충의 이름, 채집한 날짜와 장소, 채집한 사람의 이름 등을 적어 라벨을 만든 뒤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하는 나프탈렌과 함께 전시 케이스 안에 넣고 뚜껑을 덮으면 표본 만들기 1차 작업이 완성된다.
한 달 정도 뒤에 케이스 안의 오각뿔장수풍뎅이의 형태가 표본을 만들었을 때의 모습대로 고정되면 진주핀들은 제거하고 곤충핀만 남긴다. 곤충의 몸에 직접 들어가는 곤충핀이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소재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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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